45기 정인호
1시간 전•

출구를 안내하기 전에

나는 위로를 잘하고 싶다.

그런데 누군가 힘들다고 말하면 내 안의 해결사가 먼저 튀어나온다. 고통의 원인을 분석하고, 상황을 설명하고, 빠져나갈 방법부터 찾는다.

상대를 돕고 싶은 마음인데도 대화는 자꾸 설명으로 새어나간다.

아마 내가 배운 사랑의 방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밑바닥에서 일어선 부모님은 내가 강하게 자라기를 바라셨다. 우리 집에서 사랑은 다정한 말보다 생존하는 힘에 가까웠다. 힘들면 견뎌야 했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야 했다. 그 덕분에 나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되었지만, 고통 앞에 함께 머무는 법은 충분히 배우지 못했다.

오늘 한 가지 사실을 알았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전부 알 수 없다.

그러니 “네 마음을 다 알아”라는 말은 어쩌면 위로가 아니라 오만일 수 있다.

위로의 시작인 인정은

상대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했다는 선언이 아니다.

내가 모른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고통까지 부정하지 않는 태도다.

“내가 당신의 마음을 전부 알 수는 없지만, 이 일이 당신에게 가볍지 않다는 것은 알겠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사람은 출구를 안내받기 전에, 자신이 갇혀 있다는 사실부터 알아봐주길 원한다. 아무도 감옥을 보지 못하는데 혼자 출구 이야기만 듣는다면, 그 해결책마저 또 하나의 짐이 된다.

지친 사람에게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하고,

불안한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하고,

부하가 가득한 사람에게 새로운 루틴을 건네는 것처럼 말이다.

좋은 방법도 받아들일 여백이 없으면 또 하나의 할 일이 된다.

그래서 순서가 필요했다.

보고, 머물고, 묻고, 돕는다.

먼저 그 사람이 어디에 갇혀 있는지 본다.

당장 꺼내려 하지 않고 그 자리에 함께 머문다.

내가 짐작한 것이 맞는지 묻는다.

그리고 상대가 준비되었을 때 비로소 출구를 함께 찾는다.

나는 사람들의 엉킨 마음을 풀고, 자기 천명을 발견해 자신의 삶을 다시 세우도록 돕고 싶다.

그 과정에서 부하를 줄이고 판단의 기준을 되찾게 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것을 혼자 감당해왔는지 알아봐주는 일이다. 자신이 갇혀 있다는 사실조차 보지 못한 채 달리고 있다면, 잠시 멈춰 함께 벽을 살펴보는 일이다.

불안은 사람의 시야를 좁힌다.

위험과 실패만 보이게 하고, 이미 곁에 있는 가능성과 선택지는 보이지 않게 만든다.

이때 위로는 문제를 대신 해결하지 않는다.

다만 마음의 경계를 조금 풀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단서가 눈에 들어올 여백을 만든다.

나는 이것을 RAS를 함께 확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정답을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자기 현실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주의를 깨우는 것이다.

“나는 무능한 사람이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감당하고 있었구나.”

“길이 없는 것이 아니라 불안 때문에 보지 못하고 있었구나.”

이 사실을 스스로 발견하는 순간, 사람은 비로소 자기 출구를 찾기 시작한다.

위로는 고통을 없애는 기술이 아니다.

사람을 약하게 만드는 다정함도 아니다.

위로는 자신이 어디에 갇혀 있는지 안전하게 바라보고, 다시 출구를 찾을 수 있도록 시야를 밝혀주는 일이다.

나는 이제 출구를 잘 설명하는 사람보다,
그 사람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봐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의 마음을 풀고 삶을 세우는 일은, 어쩌면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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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미
키미2· 46분 전

오시지마자!! 터졌다구 얘기해주시는 따뜻한 대표님🌈 인터뷰 용기낸것 대표님 덕분입니당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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