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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전콘텐츠 이야기

영상 콘텐츠 제작에 '대본'은 꼭 필요할까?

긱어스 커뮤니티에 적는 첫 글이라, 대단한 글을 쓰고 싶어서 몇 달을 미뤘다. 완벽주의다. '완벽함'이 아닌 '완벽주의'. 완벽주의는 삶에도 그닥 도움이 되지 않고, 특히나 콘텐츠 제작에는 정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글도 유튜브 콘텐츠 제작을 하고 있거나, 제작하는 사람(통칭 'PD'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 되는 내용을 적으면 되는 것을, 미루고 미뤘다. 내게 대본이란 것, 글이란 것은 이렇다. 완벽하고 싶어 미루고 미루는 것. 그러다가 데드라인이 닥쳤을 때 간신히 적어내는 것이다. '완벽주의'라는 이름으로 미루고 미룬 것에 비하면, 결과물은 언제나 신통치 않다. 그래서 나는 영상 콘텐츠 제작에서 '대본'을 좋아하지 않는다. 영상이라는 것이 시각적인 매체라느니, 영상에서 표현되는 비언어적인 표현이 중요하다느니 하는 얘기가 아니다. 그냥, '나'라는 사람이 '대본'을 힘겨워한다. 논리적으로 완벽하고자하는 목표는 언제나 좌절됐고(지금도 좌절 중이기에, 의식의 흐름에 맡기고 있을 뿐이고), 나라는 인간 자체가 그닥 체계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 예전에는 이런 나를 바꿔보고자 엄청나게 노력했지만,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튜브 영상제작 대행'이라는 업은 본질적으로 '타인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는 일이다. 내가 써준 대본이, 클라이언트의 입맛에 100% 맞을 수 있을까? 2년 가까운 시간을, 여러 클라이언트들과 합작해본 결과, 나는 절망적이게도 '불가능'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내 입에 맞는 말이 상대의 입에도 맞을 거라고 전제하는 게 너무 오만한 일이었던 걸까. 대본 베이스의 일은 내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질문을 바꿨다. '대본을 쓰지 않으면서, 영상을 잘 뽑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유튜브 제작 현장에는 'PD'라는 존재가 기획, 제작(촬영+편집)을 전부 담당하는 사람이지만, 레거시 미디어에는 '작가'라는 직함이 있다. 장르별로 하는 일의 디테일은 다르지만, 영상의 '구성'을 담당하는 롤이다. 대본을 쓰는 일도 하지만, 영상의 '느낌'이, '이런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라는 것을 예측하는 일이 주업무다. 그렇다. 대본을 어렵다면, 대본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면, 대본 열심히 짰는데 인터뷰이(클라이언트)가 내 뜻에 따라주지 않을 때 엄청나게 당황한다면, 차라리 '구성'에 극한으로 집중하는 게 효율이 더 좋았다. '구성'이라 하면 막연하니,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대본'과 '구성'의 차이는 아래와 같다. (실제로 내 채널에 올린 영상의 대본, 클라이언트 영상 제작을 위해 2주 전 작성한 구성이다.) [대본] - 진짜 그냥 보고 읽을 수 있는 글 "자 일단, 구독자 1,000명을 달성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제 사례로 말씀드릴게요. 저는 ‘영상을 제작하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는데요. 이 채널을 통해 뛰어난 클라이언트들과 연결됐습니다. 제가 원하는, 그리고 저와 결이 맞는 클라이언트 분들이요. 이게 딱 구독자 1,000명을 기점으로 달라지더라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전에는 완전히 핏하게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분이 아닌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1,000명이 모이니, 유튜브 채널만으로도 ‘개인브랜딩이 됐다’는 게 체감이 됩니다. 제가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대표님들이 이미 저를 이해하고 계신 상태에서 오프라인 미팅을 가질 수 있어요. 영상이 12개 정도만 있어도 생기는 변화예요." [구성] -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글 소제목 1 : 여러 사업 펼칠수록 안 되는 이유 나는 9년 동안 수많은 사업했음. 누룽지, 건조과일, 공유오피스, 스마트스토어, 또 뭐 있냐. 엄청 많음. 잘 됐을까? 잘 되긴 했는데, 정신적으로 너무 정신 없었다. 무딘 편인데, 몸이 못 견디고, 음식 못 삼키게 파업함. 결국 그 정도 몸 상태가 되어서야 여러 사업 펼치는 짓을 멈출 수 있었음. 지금은 코칭, 컨설팅이라는 본업에 집중. 정신 없이 정리 안 된 채로 사업하면, 돈 벌어도 누수가 심함. 누수를 관리할 에너지가 없기 때문. 결국 사업도 돈을 벌고 모으기 위함인데, 매출은 늘어도 내가 가져갈 수 있는 순수익은 줄어드는 이상한 현상이 계속 발생할 것. ‘가계부 관리’ 같은 단순하지만 중요한 일을 할 에너지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 사업하는 사람들은 ‘돈 버는 기회’를 계속 캐치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사업을 다 벌림. 하지만 상품 종류가 많아진다고 매출이 늘어나는 게 아님. 들어가는 에너지는 많아지는데, 매출이 안 늘 수 있음. 관리도 복잡함. 결국 사업의 복잡성만 키우는 치명적인 실수가 됨. 나도 지금 벌이고 싶은 사업이 너무 많다. 책 <원씽>에서도 '모든 일이 다 똑같이 중요하지 않다'고 경고함. 모든 사업 중에 ‘나에게 맞는 사업’ 하나에만 몰두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행복하게 사업하는 법. 그런데 대부분 사업가들은 많은 사업을 벌이는 건 바쁘게 살면서 존재감을 찾고 싶은 욕구일 뿐.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을 살면서 돈을 버는 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캐치해야 함. 결국 벌여놓은 사업이 많을수록 돋보기처럼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아야 하는데, 집중력을 한 곳으로 모으지 못하니, 어떤 사업에서도 압도적인 성과를 못냄. 에너지도 부족하고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상태가 돼서, 결국 나처럼 몸에 문제가 오거나, 가족관계에 문제가 오거나, 돈에 문제가 생기면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어야 이런 생각까지 해볼 수 있음. 소제목 2 :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을 때 생기는 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 대부분 A 사업에서 번 돈으로 B, C 사업을 먹여 살리면서 시너지가 난다고 착각하는데, 실제로는 본업에 들어갈 에너지를 분산시켜서 압도적인 구전모먼트를 못 만들게 만드는 원인이 됨. ... 구성은 이런 식으로 소제목 5까지, 대략적인 단어 구상과, 영상의 흐름을 클라이언트와 내가 볼 수 있게 '흐름'을 잡아놓는다. 현장 분위기에 따라, 살리는 구간도, 죽이는 구간도 있을텐데, 그것은 정말 현장의 흐름(Flow)에 따라 결정할 일이다. 뭐, '구성'이라고 거창하게 얘기했지만, 지금 영상이 잘 되고 있는지, 이상한 길로 빠졌는지 현장에서 체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정도를 잡아두자는 것이다. 구성을 잡을 때는 영상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하나의 메시지를 먼저 잡는다. (하나의 영상에 가급적 하나의 메시지만 넣자!) 그 다음 5개의 소제목으로 메시지의 디테일을 잡는다. '주장-근거1-근거2-근거3-예시'의 방식이 될 수도 있고, 주장-사례1-사례2-사례3-반론'의 방식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으니, 그냥 '하나의 메시지'를 디테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5개의 작은 이야기' 정도로만 소제목을 구상해도 충분하다. 소제목 구상이 끝난 후에 세부 내용을 키워드로 먼저 적어보고, 거기에 문장의 살을 붙인다. 대본은 아니지만 꽤나 대본스러운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대본'을 작성하지 않아도 되는 '꼼수'를 만들었다. "아니 결국, 저런 식으로 하다 보면 대본 쓰는 거랑 비슷한 시간 드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맞다. 콘텐츠 제작에 절대시간을 줄이기는 사실 쉽지 않다. 뭐, 어쨌든, '나'라는 인간은 대본 작성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그런데, 내가 이 글을 적는 이유는 사실 '대본이 필요 없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가 아닌데, 모두가 오해할 수밖에 없게 글을 적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핵심은, '나'에게 맞는 기획안의 작성 방식을 찾자는 것이다. 누군가는 '대본'이 내게 '구성안'처럼 현장에서 심적 안정감을 주는 매개체라면, 대본을 선택하면 된다. 표현 방식의 차이일 뿐,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이다. 한 줄 요약 : '나'라는 사람이 좋아하는 방식대로 작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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