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다윗
46분 전

나의 자존심을 내려놓는 일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 정말 나 스스로와 가장 치열하게 싸우고 가장 통쾌하게 이겨낸 하루였다.

솔직히 아침엔 진짜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해야 할 게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데도 ‘아, 이게 진짜 맞나?’ 하는 그 지독하고 고질적인 자기 의심의 굴레가 또 시작됐으니까. 주변에서 다 도와주고 있고 객관적으로 너무 좋은 상황인데도, 내 안의 그 엄청난 에고가 날 갉아먹으려 했다. 몸이 먼저 거부 반응을 일으켜서 화장실에서 헛구역질까지 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

하지만 이번엔 절대 도망치지 않았다. ‘이 기회를 놓치면 난 평생 아무것도 못 한다’, ‘내일 죽는 한이 있어도 이건 무조건 해낸다’라고 이를 악물었다. 진짜 프로라면 마음 상태가 어떻든, 두려움이 얼마나 크든 결국 결과로 해내야 하는 거니까.

내 알량한 철학? 얄팍한 자존심? 오늘 다 버렸다. 토할 것 같아도 꾹 참고, 경성 대표님이 하라는 대로 내 모든 걸 다 내려놨다. 생돈 들여 뽑은 50장 포스터로 망토를 만들어서 온몸에 두르고 패션쇼 워킹하듯 걸어 나갈 때, 정말 신기하게도 막상 무대에 서니까 그 두려움과 긴장감이 싹 사라지더라. 어쩌면 나 진짜 무대 체질인가 싶을 정도로.

망토 벗어 던지고 길거리에서 태영이랑 같이 전단지 돌리면서 10번 넘게 거절도 당해보고, 가천관 강의실 쳐들어가서 패기 있게 홍보도 해보면서 내 안의 어떤 벽이 완전히 깨지는 걸 느꼈다.

그렇게 미친 듯이 부딪혀보고 나니, 다음 스텝이 너무나도 명확하게 보인다. 우리가 맨땅에 헤딩하는 열정과 패기는 오늘 확실히 증명했다. 하지만 진짜 우리 '꿈의 고객'들이 스스로 매료돼서 들어오게 만드는 건 완전 다른 영역이더라. 다음에는 부스를 기획하든 퍼널을 촘촘하게 설계하든, 사람들이 진짜 "나도 이거 진짜 한번 해보고 싶다"며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오는 구조를 짜야겠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 동아리가 갈 방향성이 오늘 완전히 뾰족해졌다는 거다. 무작정 자영업자들 찾아가서 웹사이트 만들어주는 것보다, 진짜 창업 아이디어가 있는 친구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게 해서 하나의 기수를 탄생시키는 그림! 오늘 도와주러 온 태영이가 게임팀 웹사이트를 만들었더니 다른 팀에서 돈 줄 테니까 만들어 달라고 찾아왔다는 그 이야기에서 완벽한 가능성을 봤다. 태영이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합격이다.

내 한계를 박살 내고, 우리 팀의 새로운 비전까지 얻게 된 오늘.

오늘 함께 내가 부서질 거 같을 때 멱살잡고 끌어준 경성 대표님 그리고 진심으로 포스터 붙이는 일까지 도와준 태영이에게 너무 감사하고 이 벅찬 하루와 모든 과정을 예비하시고 주관해주신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단단하고 전략적으로 나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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