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다윗
1시간 전

신에게는 3개의 플랫폼이 남아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면접이 두려웠다.

심지어는 내가 지원자도 아니었다. 내가 면접관이었다. 근데도 두려웠다.

도대체 그 두려움의 근원은 무엇이었던가?

지난 번에 처음 봤던 면접자인 친구에게 욕을 엄청먹었다. 그래서 또 내 생각을 이해받지 못하면 어떡하지? 내가 하려는 걸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이 먼저 올라왔다.

아침에 기도를 하며 느낀 것은 결국 그 친구를 압도 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더욱 힘들었던 거 같다. 저번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이번에는 말할 틈을 거의 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그 마음을 인식하고 내려놓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단순하게 할지 안할지만 알고 오자 이런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며, 동아리 안에서 실제로 무엇을 할 것인지도 다시 들여다봤다.

오늘 문서를 정말 많이 고쳤다.

근데 문서를 보기 좋게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질문이 있었다.

그래서 여기 들어온 사람은 실제로 뭘 하게 되는 건데?

나는 창업이라는 단어에 관심 있는 사람을 막연하게 모으고 싶은 게 아니었다. 특히 거대한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이야기보다, 자기 경험과 강점으로 작은 사업을 시작해서 직접 고객을 만나고 돈을 벌어보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알고 싶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동아리는 그 사람들이 혼자 시작하라고 내버려두지 않는 곳이었다.

그래서 기여 시스템의 핵심을 다시 잡았다.

서로가 서로의 첫 사업 레퍼런스가 되어주는 것.

처음 사업을 하려는 학생은 경험이 없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사례도 부족하다. 근데 그 사례가 생길 때까지 계속 공부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예를 들어 사진을 찍을 줄 아는 친구가 다른 친구의 상품 사진을 찍어준다. 그 사진을 실제로 써보고, 어떤 점이 좋았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돌려준다. 도움을 받은 친구에게는 자기 사업에 쓸 결과물이 생기고, 도와준 친구에게는 자기 능력을 실제로 써본 경험이 남는다.

그냥 서로 응원만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필요한 가치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다음 사람에게 내 일을 제안할 근거가 되는 것이다.

3개월 계획은 또 어떠한가?

처음에는 주차마다 뭔가 그럴듯한 과제를 채워야 할 것 같았다. 근데 우리가 벗어나고 싶은 게 기획만 오래 하는 상태인데, 또 기획으로 시간을 다 쓰면 무슨 의미가 있나.

OT에서 최소한으로 방향을 정한다. 그다음부터는 계속 실행하고, 피드백하고, 다시 실행한다. 마지막에는 실제로 무엇을 했고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나눈다.

인스타도 엄청 예쁘게 꾸미고 시작할 생각은 아니다. 내가 누구고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보여줄 만큼만 준비하고, 직접 고객에게 다가가야 한다. 연락도 하고, 제안도 하고, 영업도 해야 한다.

사업을 준비 활동에서 일탈하자고 했으면, 우리 운영부터 그렇게 생겨야 하는 것이다.

면접도 같은 기준으로 정리했다. 1차는 고문님이 지원자의 생각과 동기, 감당할 몰입의 무게를 확인하고, 내가 맡는 2차는 실제로 함께 실행할 수 있는지를 서로 확인하는 자리로 잡았다.

30분 안에 내가 만들고 싶은 방향을 분명히 말하고, 상대의 이야기도 듣고, 함께할 조건을 확인하려고 했다. 막상 사람을 앞에 두고 긴 대본을 읽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질문지도 실제로 볼 수 있는 만큼만 줄였다.

그런데 오늘 예정했던 2차 면접은 진행되지 않았다.....

고문님과 1차 면접을 했던 그 친구가, 일정상 참여가 어려워 가입을 포기하겠다고 연락을 줬다.

솔직히 나는 아쉬움보다 후련함이 더 컸다.

아직 나와 2차 면접을 한 것도 아니었고, 처음부터 이 모임이 요구하는 시간과 방식이 그 친구의 현재 상황과 맞을지에 대한 의문은 있었다. 서로 무리해서 시작하기 전에 정리된 게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그 친구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내가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직접 전해준 이유는 일정이었다. 그 이상으로 속마음을 정해놓을 필요는 없었다.

다만 우리 쪽에서 고칠 것은 보고 가고 싶었다.

다음부터는 구글 폼을 먼저 작성하게 하고, 그 내용을 보고 면접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곳은 시간이 남을 때 가볍게 들르는 모임이 아니라, 자기 사업을 우선순위에 놓고 상당한 시간을 써야 하는 곳이라는 것도 처음부터 분명하게 전달하려고 한다.

내가 보기에 고문님은 그 무게를 알리는 역할을 이미 잘해주셨다. 그걸 듣고도 해보고 싶은 사람이 선택해서 들어오는 것이 중요했다.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것과, 우리가 하려는 일을 함께할 사람을 만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홍보글도 다시 봤다.

첫 번째 버전은 무난했다. 근데 너무 무난해서 내가 왜 일탈단을 만들고 싶은지, 어떤 색깔의 모임인지가 잘 안 보였다.

두 번째 버전에는 철학을 더 넣었다. 대신 반말로 쓴 부분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별개로, 읽는 사람이 말투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피드백이었다.

그래서 세 번째 버전에서는 색깔은 살리고 존댓말로 바꿨다. 반복되는 철학 설명과 굳이 길게 늘어놓을 필요 없는 부분도 줄였다. 이미지도 새 문구에 맞춰 세 장으로 다시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내 색깔을 살리는 것과 반말을 쓰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예의를 갖추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말까지 무난하게 지워버릴 필요도 없었다.

제목은 오히려 첫 버전의 문장이 좋았다.

“사업계획서 말고, 진짜 사업 해볼 사람 모집합니다.”

결국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마감까지 남은 기간을 붙이고, 오늘 동아리 게시판에 다시 올렸다. 수정만 해놓고 끝내지는 않았다.

기존에 에타에 올린 것들이 허수들만 오고 찐들을 끌어오지 못했다.

알바천국에서 모아봐요!! 이완남님의 한마디였다.

사업에 진지하게 몰입하고 싶은 친구라면, 오히려 에타에 잘 안 들어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지금 돈을 벌려고 여기저기 움직이고 있거나, 자기 일을 만들 방법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당근이나 알바천국 같은 곳에는 그런 사람이 없을까?

물론 거기에 더 많다는 걸 확인한 것은 아니다.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이라고 해서 다 자기 사업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닐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에타에만 있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더 생각해보니까 가천대 학생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가천대에서 시작하겠다고 생각한 것이지, 내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가천대 학생인 것은 아니었다. 자기 사업에 시간을 쓰고, 고객에게 다가가고, 서로의 도전에 기여할 사람이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두 방향을 더 시도해보기로 했다.

하나는 에타 밖에서도 공개 모집을 해보는 것. 기존 에타 모집은 유지하면서, 학교에 한정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도 사람을 찾아보려 한다. 다만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사업을 실행하는 모임이라는 점은 분명하게 알려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비즈니스 서적 20권을 무료로 나누면서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는 것이다.

책에 관심을 갖고 찾아온 사람에게 요즘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은지 물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사업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을 받으려면 모임에 들어와야 한다는 식으로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나눔은 나눔대로 하고, 서로 관심이 있으면 이야기를 더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범위를 넓힌다고 아무나 모으고 싶은 것도 아니다. 실행할 생각 없이 도움만 받으려 하거나, 다른 사람의 도전을 깎아내리거나, 자기 방식을 강요하는 행동은 함께하기 어렵다고 미리 이야기할 필요가 있겠다. 경험이 부족한 것과 함께할 태도가 없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

오늘은 이 두 방향을 정하고 기록해두는 데까지 했다. 아직 다른 플랫폼에 모집글을 올린 것도, 책을 나눈 것도 아니다. 어떤 사람이 올지는 직접 해봐야 안다.

돌아보니 오늘 하루가 좀 재밌다.

아침에는 내 생각을 이해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했다. 낮에는 함께하지 않겠다는 연락을 받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기준을 다시 확인했다. 운영 방식도 덜어내고, 홍보글도 고쳐서 다시 내보냈다. 그러다가 사람을 찾는 장소 자체를 바꿔볼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왔다.

내가 생각한 사람들이 내가 생각한 곳에서 바로 모여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말로 설명해보고, 다른 곳에서 찾아보고, 한 사람씩 만나보면 되는 것이다.

틀에서 나오자고 만든 모임을, 나부터 하나의 틀 안에서만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는 그냥 동아리 하나를 만들어놓고 싶은 게 아니다. 자기 일을 진짜 해보고 싶은 사람들과, 서로의 가능성이 실제 일이 되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내가 익숙한 장소에서 기다리기만 할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있을 만한 곳으로 나도 움직여봐야겠지.

어찌됐든 오늘 또 시도해볼 길이 생겼다.

이번에는 내가 정한 틀 밖에서도, 같이할 사람을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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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다윗
허다윗3작성자· 1시간 전

thanks to 완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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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성
임경성4· 1시간 전

아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진님 에너지 장난아니다 이간 못 모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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