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결국 설득일까?
생각해보면 마케팅과 사랑은 닮은 점이 있다.
마케팅은 사람의 결핍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결핍을 보여준다.
그다음 해결책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그 해결책이 가져다줄 더 큰 가치를 보여준다. 이렇게 고객을 설득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도 일정한 구조가 존재한다.
사랑 역시 누군가의 결핍을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상대가 외로워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고,
그 사람이 마음을 열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결국 상대에게
“너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다.”
라는 경험을 준다.
이렇게 생각하면 사랑은 결국 일종의 설득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케팅과 사랑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마케팅의 목적은 사람의 선택을 얻는 것이다.
사람이 상품을 선택하게 만들고,
결국 구매버튼을 누른는 행동을 끌어내는 것이 마케팅의 목적이다.
반면 사랑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에 가깝다.
선택은 행동이다.
반면, 마음은 그 행동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다.
누군가가 나와 사귀기로 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나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나를 정말 사랑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반대로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이 사람에게 나는 특별한 사람이다.”
라는 감정이 상대 안에 생기는 것에 가깝다.
이렇게 마음을 얻었다고 해서 반드시 즉각적인 행동이 따라오는 것도 아니다.
좋아하지만 고백하지 않을 수도 있고,
사랑하지만 상황 때문에 헤어질 수도 있고,
친구를 정말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자주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즉, 마케팅은 사람의 행동을 움직이는 설득이고, 사랑은 사람의 마음이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설득이다.
그리고 더 좋은 사랑은 마음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스스로 마음을 열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의 설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의 결핍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결핍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에서의 결핍 찌르기는 무엇일까?
마케팅에서 설득의 첫 단계는
결핍을 찌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을 얻기 위해서 상대의 가장 아픈 곳을 찾아 자극해야 하는 것일까?
사랑에서 결핍을 찌른다는 것은 상처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평소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바라보게 하는 것에 가깝다.
“나 사실 외로웠구나.”
“나 사실 보호받고 싶었구나.”
“나 사실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구나.”
“나 사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는 사람이 필요했구나.”
사람은 자신의 결핍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살아가기도 한다.
그저 막연하게 외롭고, 허전하고, 누군가를 원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내 마음을 정확하게 알아차려주는 순간,
진정한 사랑을 받게되는 순간,
비로소 그 결핍의 모양이 나 스스로에게도 보이기 시작한다.
마케팅과 사랑, 결핍을 대하는 두 가지 방식
마케팅에서는 결핍을 발견하고, 그 결핍을 자극하고, 그것을 해결해줄 제품을 제시한다.
하지만 사랑에서는 결핍을 발견한 순간부터 오히려 책임이 생긴다.
상대가 가진 가장 약한 부분을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을 나의 협상 카드로 사용하지 않는 것.
상대가 나에게 의존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곁에서도 자유로운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네가 외롭다는 걸 아니까 네가 나를 떠날 수 없게 만들겠다.” 가 아니라,
“네가 외로울 때 내 곁에 있어도 괜찮아.” 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이것이 마케팅과 사랑의 차이이지 않을까?
그래서 사랑은 마음을 빼앗는 기술이 아니다.
상대의 결핍을 이용해서 나에게 묶어두는 것도 아니다.
진짜 사랑은 상대의 결핍을 알아보고, 그것을 함부로 이용하지 않고,
내가 그 사람에게 안전한 존재라는 것을 오랜 시간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
그리고 결국, 상대가 스스로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기다릴 수 있는 것.
사랑은 상대가 나를 꼭 필요한 사람으로 여기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자유로운 사람으로 존재하면서도 나를 선택하고 싶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사랑도 결국 설득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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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간전 업로드에서 많은 고민의 흔적이 보입니다.
마케팅과 사랑에 관해 좋은 통찰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