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영업은 파토났고, 원칙도 다시 써야 했다
어제 고등학생과 함께하는 ‘일탈 프로젝트’의 첫 세션을 진행했다.
뭔가 거창하게 준비해서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냥 무작정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움직일 것인지, 어떤 원칙만큼은 지킬 것인지 먼저 이야기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러면 이제 웹사이트가 필요한 대표님들한테 전화를 해보자.”
건물 안에서 전화를 돌릴 만한 장소를 하나 찾았다. 모든 과정은 영상으로 남기고 있었다. 떨리지만 그냥 해봤다. 총 네 분의 대표님께 전화를 드렸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기적적으로 한 대표님이 “한번 와보라”고 말씀하셨다.
전화를 네 번 돌렸는데 실제 미팅이 잡혔다. 솔직히 우리 둘 다 기대를 많이 했다. 바로 다음 날인 오늘 찾아뵙기로 해서, 어떻게 이야기할지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완벽하게 준비하려던 찰나, 대표님께서 갑자기 다른 일정이 생겼다며 미팅을 취소하셨다.
대표님의 사정은 너무나도 이해한다. 사업하다 보면 일정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는 첫 영업으로 만들어진 첫 미팅이었기 때문에 정말 아쉬웠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처음 세운 원칙 중 하나가
“부모님께 떳떳하게 하자”였다.
그래서 그 친구가 부모님께 다음 날 사업 미팅을 가게 됐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그런데 사업을 해보신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내가 사업을 알아서 하는 말인데, 네가 지금 이런 걸 할 때는 아니다. 공부나 해라.”
그 말을 들으면서 생각이 정말 많아졌다.
아, 고등학생과 무언가를 함께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구나. 나는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걸까. 우리가 세운 원칙이 오히려 이 친구의 작은 실험을 시작도 하기 전에 막아버린 건 아닐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일탈은 원래 부모님 몰래 하는 게 제맛 아닌가?
‘나다운 일탈단’이라고 해놓고, 너무 모범적인 원칙부터 세운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돈과 계약의 문제까지 생각하니 단순히 몰래 하면 된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우리가 돈을 벌면 누구에게 지급해야 할까. 수익의 몇 퍼센트를 나눈다는 계약을 해도 미성년자와의 계약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친구가 자기 가능성을 자유롭게 시험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안전하게 보호하려면 어떤 구조가 필요할까.
솔직히 아직은 모르겠다.
한 치 앞도 모르겠다.
일단 기존에 웹사이트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은 일이 하나 있다. 지금은 그것부터 실제로 완수해보려고 한다. 그 친구가 가능한 시간도 알려줬기 때문에, 현재 조건 안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다.
사업이라는 게 정말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첫 영업으로 잡힌 미팅은 하루 만에 취소됐고, 좋다고 생각해서 세운 원칙도 다시 질문하게 됐다. 그래도 결국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이 친구가 가진 가능성을 대신 결정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이 친구가 자신의 가능성을 직접 시험해볼 수 있도록, 믿어주고 함께 부딪쳐보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 사명 안에서 그 역할을 끝까지 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잘 모르겠다. 그래도 계속 해보려고 한다.
에이, 나 같은 놈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
여기에 파일을 드롭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