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 헤르만 헤세

사색하며 천천히 걷던 싯다르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도대체 내가 가르침에서, 스승들에게서 배우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던 그분들이 나에게 가르칠 수 없었던 것이란 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자아다. 나는 그 의미와 본질을 배우려고 했다. 내가 벗어나려고 했고, 내가 극복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자아였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극복할 수 없었다. 단지 속일 수 있었을 뿐이고, 도망칠 수 있었을 뿐이며, 다만 그것 앞에 숨을 수 있었을 뿐이다. 참으로 세상에 이 자아만큼 나를 몰두하게 만든 것은 없었다. 내가 살아있다는 이 수수께끼, 내가 하나의 개체이며 다른 모든 사람과 구별되고, 내가 싯다르타라는 이 수수께끼만큼 깊은 고뇌를 안겨준 것은 없었다!'
'내가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 싯다르타라는 존재가 내게 아주 낯선 미지의 존재라는 것, 그것은 한 가지 원인, 하나의 유일한 원인에서 유래한다. 나는 나를 두려워했고, 나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서 배울 것이다. 나는 스스로 나의 제자가 될 것이다. 나는 나를, 싯다르타라는 비밀을 알아낼 것이다.'
이제 싯다르타는 느꼈다. 가장 멀리 떨어져 몰입에 잠겨 있을 때조차 여전히 그는 아버지의 아들이었고, 브라만이었으며, 상류계급이요, 지식 있는 자였다. 그런데 지금 그는 각성자, 싯다르타일 뿐, 그 밖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다.
싯다르타는 들었다. 그는 이제 완전히 귀 기울이는 자가 되었고, 완전히 경청하는 데 몰두했고,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완전히 빨아들였다. 그는 이제 귀 기울여 듣는 일을 끝까지 다 배웠다고 느꼈다.
어느덧 그는 그 많은 소리를 더 이상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즐거운 소리를우는 소리와 구별할 수 없었고, 아이들의 소리를 어른들의 소리와 구분할 수 없었다. 그 소리는 모두 한데 모여 있었다. 그리움의 탄식과 깨닫는 자의 웃음소리, 분노의 외침과 죽어가는 자의 신음소리, 그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 있었고, 모든 것이 서로 뒤얽혔고, 결합하여 수천 겹으로 엉켜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모여서, 일체의 소리, 일체의 목표, 일체의 그리움, 일체의 고통, 일체의 쾌락, 일체의 선과 악, 그 모든 것이 합쳐진 것이 세상이었다. 그 모든 것이 합쳐져 사건의 강을 이루었고, 삶의 음악을 이루었다.
싯다르타가 주의하여 이 강에, 수천 가지 소리가 어우러진 노래에 귀를 기울일 때면, 만약 그가 고통이나 웃음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만약 그가 자기 영혼을 그 어떤 소리에 묶어 자아와 더불어 그 소리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모든 소시를 듣고, 전체적인 것, 단일성에 귀를 기울일 때면, 수천의 소리가 어우러진 위대한 노래는 단 한마디의 말로 이루어졌다. 그것은 바로 '옴', 완성이었다.
그 순간 싯다르타는 운명과 싸우기를 그만두었고, 고뇌하는 일도 그만두었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의지도 맞설 수 없는 지혜의 기쁨이 활짝 꽃피어 있었다. 그것은 완성을 알고 있고, 생성의 강, 삶의 큰물과 일치했다는 지혜, 완전히 함께 괴로워하고, 완전히 함께 기뻐하고, 흐름에 몸을 맡기고, 단일성에 속해 있다는 지혜의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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