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션 3 - 기둥주제 첫 글 500자

제목 : 곁에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다. 그래서 아무나 못한다.

누구나 옆에 앉을 수 있다. 그런데 진짜로 곁에 있는 사람은 드물다. 몸은 있는데 마음이 딴 데 가 있거나, 뭔가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그 자리가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캄보디아를 15년 넘게 오갔다. 말도 할 줄 알았고, 음식도 좋아했고, 문화도 알았다. 누구보다 그들을 잘 이해한다고 자부했다.

그래서 시골에서 프놈펜으로 유학 온 학생들과 함께 살며 돌봐달라는 제안을 기꺼이 수락했다. 밤잠을 줄여 매일 영어와 한국어를 가르쳤고, 학생들에게 먹일 김치를 담갔고, 아픈 학생의 입원비도 대신 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 속에 짜증이 쌓이기 시작했다. 수업에 빠지는 학생들이 얄미웠고, 호의가 의무가 된 것 같아 하기 싫어졌다.

돌아보니 나는 진정으로 그들 곁에 있었던 게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선한 사람처럼, 괜찮은 사람 처럼 보이고 싶어서 그들 옆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던 건 아닐까?

곁에 있는다는 건 물리적으로 옆에 있는 게 아니다. 때로는 한 발 물러서는 것이 더 가까이 있는 방법이다. 해주려는 마음을 내려놓았을 때, 나는 비로소 그들 곁에 있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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