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현정 5주차 오다일기
1. 그 문제 때문에 가장 힘들었던 감정은 뭐였나요?
서운함이었다.
고등학교 때 플룻을 했고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가려면 학교에서 요구하는 플룻이 필요했고, 당시 가격이 2천만 원 정도였다.
지금으로부터 30년도 전이니 정말 큰돈이었다.
결국 아버지가 지원을 중단하셨고 나는 플룻을 포기했다.
그때는 그냥 마음을 접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 플룻을 생각하면 아버지에게 미치도록 서운한 감정이 올라올 때가 있다.
2. 그때 스스로 어떤 생각을 가장 많이 하셨나요?
“왜 나는 내가 정말 원하는 순간에 지원을 받을 수 없을까?”
아마 이런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돈 자체가 필요했다기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아버지가 밀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3. 당시 어떤 문제가 반복되고 있었나요?
플룻 한 번으로 끝난 감정이 아니었다.
결혼을 준비할 때도 비슷했다.
원하지 않는 허름한 예식장을 예약해야 했고, 한복도 그냥 생략했다.
나중에야 아버지가 예식장을 해주시겠다고 하셨지만 이미 예약이 모두 끝난 뒤였다.
중요한 순간마다 내가 느꼈던 것은 비슷했다.
“결국 나는 내가 알아서 해야 하는구나.”
그게 반복되면서 서운함이 더 오래 남았던 것 같다.
4. 실제로 어떤 상황이 가장 답답했나요?
내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는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답답했다.
특히 플룻은 단순히 갖고 싶은 물건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내 진로와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더 크게 느껴졌다.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한데 돈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어린 나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5. 그전에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보려고 했나요?
특별히 해결하려고 했다기보다 그냥 포기하고 마음을 접는 방식을 택했다.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받아들이고,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해결했다.
6. 왜 잘 안 풀렸다고 느끼셨나요?
겉으로는 지나간 일이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플룻도 포기했고 결혼도 지나갔으니 현실적인 문제는 끝났다.
그런데 “아버지는 왜 그때 나를 도와주지 않았을까?”라는 감정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그래서 30년이 지나도 플룻을 떠올리면 그때의 서운함이 다시 올라오는 것 같다.
7.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나요?
플룻을 그만뒀을 때는 사실상 포기한 것이었다.
원하는 대학을 준비하면서 계속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는 꿈을 접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느꼈다.
8. 가장 먼저 달라진 건 뭐였나요?
아버지를 바라보는 내 생각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왜 해주지 않았는지만 생각했다.
그런데 50이 넘어서 지나온 삶을 돌아보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만약 그때 아버지가 내게 많은 돈을 주셨다면 나는 그 돈을 잘 지켰을까?”
그 질문을 해보니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9. 예전과 비교했을 때 지금 가장 큰 차이는 뭔가요?
예전에는 ‘받지 못한 것’만 보였다면,
지금은 ‘왜 주지 않으셨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더 젊었을 때 큰돈을 받았다면 사업에 모두 써버렸을 수도 있고, 살아오면서 겪었던 여러 일 속에서 결국 남아 있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버지의 선택이 예전과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10. 전에는 안 됐는데 지금은 되는 건 뭐가 있나요?
예전에는 아버지의 행동을 내 입장에서만 바라봤다.
지금은 아버지 입장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아버지는 우리 자식들이 돈을 어떻게 다룰 사람인지 알고 계셨던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이제는 할 수 있게 되었다.
11. 지금 가장 만족하는 변화는 뭔가요?
아버지에 대한 마음속 서운함만 가지고 살지 않게 된 것이다.
물론 플룻을 생각하면 아직도 서운하다.
그 감정까지 없어졌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서운함과 감사함이 같이 있다.
12. 이 변화가 어떤 영향을 줬나요?
최근 동생을 통해 아버지가 유산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하셨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주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줄 때를 기다린 사람일 수도 있겠다.”
젊었을 때 주셨다면 지키지 못했을 돈을,
이제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때 주려고 하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기억의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13.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주변 사람들의 반응보다 오히려 내 안에서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30년 전의 나는
“왜 아버지는 나를 지원해주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아버지는 어쩌면 내가 돈을 받을 수 있는 때보다,
그 돈을 지킬 수 있는 때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은 아닐까.”
여전히 플룻을 생각하면 서운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서운함 뒤에
아버지에 대한 감사함도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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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가지고 계셨던 관점을 한번에 바꾸기란 쉽지 않아요❤️🩹
그 힘든 걸 해내신 현정님 멋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