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기 연현정
3주 전

연현정 5주차 오다일기

돈 이야기를 하다 보니 화가 났다

오늘 돈에 대한 무의식을 적었다.

처음에는 그냥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돈이 있으면 삶이 편해진다,
그 정도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적으면 적을수록 자꾸 가족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솔직히 조금 화가 났다.

우리 집이 정말 돈이 없었던 걸까.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아빠는 돈이 없었던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엄마에게는 일정한 금액만 줬고, 엄마는 늘 돈이 없다고 했다.

두 분은 돈 문제로 자주 싸웠다.

어린 나는 그걸 계속 보고 자랐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맨날 돈이 없다고 하지?

왜 돈 때문에 맨날 싸우지?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돈이 나에게 직접적인 문제가 됐다.

아빠가 나에게 말했다.

키워준 생활비를 가져오라고.

그래서 일을 시작한 뒤부터 36살까지 생활비를 드렸다.

그때는 그게 이상한 일이라고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키워줬으니까.
내가 이제 돈을 버니까.
자식이니까 드려야 하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가만히 생각해보니
마음속에서 화가 올라왔다.

아빠는 돈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나는 내 돈을 벌기 시작했는데도
그 돈이 온전히 내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본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그리고 엄마를 보면 또 다른 감정이 올라왔다.

엄마는 늘 돈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명품을 썼다.

반면 나는 화장품 하나를 사도
1만 원, 2만 원짜리를 썼다.

나는 내 돈을 쓰면서도 아꼈다.

이 정도면 됐지.
굳이 비싼 걸 쓸 필요가 있나.
조금이라도 아끼는 게 낫지.

그렇게 살았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늘 돈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내가 쉽게 사지 못했던 것들을 사용하는 모습을 봤다.

생각할수록 앞뒤가 맞지 않았다.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까지 아끼면서 살았던 거지?

명품이 문제가 아니다.

엄마가 좋은 물건을 쓰는 게 싫은 것도 아니다.

내가 화가 나는 지점은 그게 아니다.

왜 우리 가족의 돈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달랐을까.

누군가는 돈이 있어도 주지 않았고,
누군가는 돈이 없다고 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에는 썼고,

나는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
키워준 생활비라는 이름으로 돈을 내면서
정작 나에게는 1~2만 원짜리 화장품을 쓰고 살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불성설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 상황 속에서 내가 화를 내기보다
더 아끼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돈을 함부로 쓰면 안 되고,
내가 알아서 해야 하고,
필요하면 더 벌어야 하고,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는
내가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돈이 생기면 기쁜 것보다
먼저 책임질 것이 생각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벌고 쓰다 보면
남는 게 없었다.

그러니 어느 순간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열심히 벌면 뭐 하지?
결국 또 나가는데.

오늘 돈의 무의식을 들여다보면서 알게 됐다.

내가 돈에 대해 가지고 있던 감정은
단순히 ‘부족함’이 아니었다.

억울함도 있었다.

나는 왜 항상 책임져야 했을까.

나는 왜 내 돈을 나에게 쓰면서도
그렇게 아꼈을까.

왜 나는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되는 게 더 익숙해졌을까.

그리고 왜 그 모든 것을
오랫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그래서 이제는 돈에 대한 기준을 새로 만들고 싶다.

가족을 사랑하는 것과
가족의 돈을 책임지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아끼는 것과
나에게 쓰지 않는 것도 같은 일이 아니다.

나를 위해 돈을 남기는 것과
이기적인 것도 같은 말이 아니다.

내가 번 돈에서는 이제 내 삶이 먼저다.

내 건강에도 쓰고,
나를 가꾸는 데도 쓰고,
좋은 경험에도 쓰고,

무엇보다 내 돈이
내 옆에 남아 있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

누군가에게 주고 난 뒤 남은 돈이 내 돈이 아니라,

처음부터 내 몫을 남겨놓고
그다음에 내가 원하는 곳에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 돈 이야기를 하다가
왜 이렇게까지 돈이 나에게 중요한지도 조금 알 것 같다.

나는 단순히 부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다시는 돈 때문에 억울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돈을 벌면서도 남지 않는 삶.

내가 번 돈인데도
내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삶.

누군가의 필요가
늘 내 필요보다 먼저인 삶.

그걸 이제 끝내고 싶은 것 같다.

그래서 오늘부터 돈에 대해
한 가지는 분명하게 기억하려고 한다.

나는 계속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번 돈으로 나부터 잘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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