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에 따라 일한다. 그리고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한다.
나는 즉흥적 인간이다. 순간의 기분에 따라 작업을 시작하고, 작업 순서를 따라간다. 이 방식이 '내 리듬'에 맞는 방식이라는 자기합리화를 통해, 나는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유튜브 영상제작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클라이언트 영상 제작을 장시간 하다가, 고질적인 문제였던 허리와 손목 통증이 재발했다. 망했다. 아직 30대 후반이라고, 몸을 너무 막 굴린 탓이다. 오랜시간 책상에 앉아 있는 것도 부담이고, 마우스를 오랜 시간 잡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나는 작업시간을 줄여야만 하는 '엄청난 과업'에 봉착해버렸다.
그런데 의외로 문제는 단순했다. 내가 해야할 일을 리스트화하고, 우선순위를 선정한 후, 우선순위가 시급한 일부터 쳐내면 됐다. 편집을 해야 하면 편집만 하고, 메모리 정리를 해야 하면 메모리 정리를 한다. 썸네일 제작에 쓸 이미지를 추출할 거면 추출만 하고, 자막 추출할 거면 자막만 추출한다. 그냥, 우선순위에 따라,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하면 된다. 내 작업시간이 길어졌던 이유는, 편집을 하다가 갑자기 썸네일 이미지를 추출하다가 길을 잃고, 갑자기 유튜브 레퍼런스 영상 수집까지 간다. 레퍼런스 영상 수집을 하다가 안원잘부 원이가 잘 있나 찾아보다가, 솔파 스튜디오의 기획법에 대해 유튜브로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3분이면 끝날 일이, 2시간으로 늘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산발적' 업무 방식이 생산성에 도움이 되냐, 전혀 그렇지 않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나처럼 즉흥적이고, 산발적이며, 감정적 인간이라는 전제가 맞다면, 이것은 약점이지 결코 올바른 작업 방식이 아니다. 피터 드러커가 그의 명저 <자기경영노트>에서 내게 알려준 내용은, '모든 일을 측정가능하게 하라'는 한 문장이었다. '지식작업', '창작행위' 역시도 측정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촬영'이라면 구도, 노출(빛), 색감(색) 등으로 구분할 수 있고, '편집'이라면 '컷', '자막', '인서트'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썸네일'이라면 '배경이미지', '문구', '디자인' 등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구분하기 시작하면,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파악이 가능하고, 파악이 된다면 얼마나 '생산적인지'도 측정이 된다.
그렇다면 '생산성'이 곧 '창의성'과 동일하냐는 의문이 따라온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대부분의 작가들은 '생산적'인 사람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렇고, 마루야마 겐지가 그렇다. 아침에 달리기를 한다거나, 자연 속에 칩거하면서 '집필'이라는 한 가지 활동만 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천재성’에 기인한 사람들은 단순, 반복, 패턴, 루틴을 무시할 때 더 ‘창의적’일 수 있지만, 나 같은 범인들의 세계에서는 생산성이 곧 창의성에 근접해지는 방법이지 않을까.
결국 영상 제작의 생산성을 올려서, ‘불필요한 일’에 들어가는 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여야 한다. 인적 레베리지든, AI를 통한 레버리지든 말이다. 그리고 영상의 퀄리티를 높이는 일에 시간을 더 써야만 한다. 무엇이 우선순위의 상단인지를 파악한 후, 그 일에 많은 시간을 배분하는 것. 그리고 우선순위에 중요한 일을,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하는 것. 너무 당연한 일이라 글로 적는 것이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산발적이고 즉흥적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글로 적어놓는다.
우선순위에 따라 일한다.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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