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기 강소라
35분 전•

9/30 사업일기 (to. money)

돈에게,

안녕, 나는 소라야. 사실 너에게 사과하고 싶어서 편지를 써.

나는 돈이 없어서 불행한 유년기를 보냈다고 생각했어.

(근데 생각해보니 나는 안전한 집에서 배불리 밥을 먹고, 충분히 잠을 자며,
초·중·명문 고등학교를 거쳐 간호대학까지 졸업해 간호사가 되었더라고!)

그래서 너는 내 곁에 오래, 많이 머물 수 없다고 생각했어.

나는 항상 가난할 거라고. 너를 많이 가진 부자를 시기하고 미워하고 부러워했어.

선택받은 사람만 너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금융 공부도 하지 않았어.

어차피 못 가질 너에게 미련을 두는 거라고 생각했나 봐. 아니, 사실은 회피했던 거야.

간호사 시절, 월급을 받으며 당장의 만족을 위해 풀옵션 오피스텔에 살았고,

오프 때마다 친구들과 흥청망청 너를 소비했지.

너를 가지지 못해 불행했던 과거를 보상받겠다며,

너를 당장의 작은 물질과 편의로만 바꿔 버렸어.

너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지.

.

.

결혼하고 신랑 사업이 잘되면서 갑자기 너가 밀려왔을 때도,

천만 원씩 용돈을 받아도 너를 소중히 대하지 못했어.

갑자기 찾아온 너에게 당황했거든.

내 무의식 속에 "나는 큰 돈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나 봐.

.

.

너를 더 멋지게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못한 채,

너의 등장에 당황스러워하고 안절부절못했지.

그리고 코로나가 왔어.

나처럼 너에 대한 무의식 속에 결핍만 있던

신랑은 아무 준비 없이 멋지게 망했고,

너는 꿈처럼 훨훨 날아가 버렸어.

아니, 네가 있던 자리에는 큰 구멍이 나고 빚이 되었지.

그래도 어쩌겠어.

나에게 남겨진 토끼 같은 두 아들의 생계를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해서 일을 했고, 너를 다시 만났다?

하지만 그땐 신랑이 남긴 빚, 시댁에서 요구하는 용돈,

아직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친정까지...

네가 내 어깨를 너무 무겁게 만들더라고. 생각했지.

"내가 너를 만나도 너는 결국 내 것이 되지 못하는구나."

그래, 너에 대해 깊이 생각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또 회피했던 거야.

그 짐들이 너무 무거웠어.

. .

그러다 내가 공동구매 사업을 하게 되면서,

네가 멋진 모습을 자랑하며 왕창 찾아왔잖아.

사실 반갑고 고마웠지만, '나는 너를 담을 그릇이 아니야'라며

한여름 밤의 꿈처럼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았어.

나 그래서 카드를 무지성으로 긁은 거 알지?

먹고 싶은 거 고민 없이 다 먹고,

해외여행도 동네 놀러 가듯 가고,

명품 가방도 사고 말이야.

미안해.

나,

나의 존재 가치를 물질로 채우고 싶었나 봐.

나는 너를 애증 했어.

그런데도 너는 내가 살면서 만날 수조차 없다고 생각했던

'근육 빵빵한 핸섬 알파남'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주었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들어온 너로 계속 카드값만 막아댔어.

너는 '안정형'이고, 나는 '불안형'이었나 봐.

미안해.

너는 나를 사랑하고 나를 원하는데,

나는 너무 쉽게 너를 남에게 넘겨 버렸어.

이제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

네가 얼마나 나를 사랑하는지,

나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이제야 알겠어.

너는 줄곧 나를 기다려 줬던 거잖아.

네가 나를 위해 헌신했듯,

나도 이제 너를 전적으로 믿을게.

우리 함께 멋지게 살아보자.

언제나 소중히 대할게.

그동안 나를 지켜줘서 정말 고마워.

이제 맹세할게.
더 큰 너를 만나게 해 주고,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줄 거야.


너를 쉽게 물질과 바꾸거나,
탐내는 사람에게 이제 쉽게 넘겨주지 않을게.

시스템을 만들어 너를 지켜 줄 거야.
너를 소중한 나처럼 생각하고 함부로 대하지 않을 거야.

사랑해! 😘

마지막으로, 나를 항상 지켜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이제 인생의 동반자가 된 걸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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