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기 정인호
1주 전•

에너지 분배의 착각

시간이 아니라 에너지를 나누는 7:2:1 법칙

들어가며

시간관리를 하다 보면 누구나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섭니다. 일은 많은데,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켈리최 회장은 사업 실패로 큰 빚을 졌을 때 바로 이 질문 앞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털어놓습니다. 그가 고른 첫 행동은 계획표가 아니라 매일 밖으로 나가 걷는 일이었습니다. 김승호 회장도 세 번째 사업이 무너진 뒤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이 글은 그 질문의 답을 시간이 아니라 에너지에서 찾습니다. 시간을 관리한다고 믿는 동안 실제로 새고 있는 것은 에너지이기 때문입니다.

WHAT: 에너지 분배의 착각이란

에너지 분배의 착각이란, 에너지를 시간처럼 나눠 쓸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시간과 에너지는 모두 유한하지만 유한한 방식이 다릅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으로 고정되어 있고, 에너지는 사람과 시간대에 따라 출렁이며 회복으로 다시 채워집니다.

토니 슈워츠와 캐서린 매카시는 2007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이 차이를 근거로 시간이 아니라 에너지를 관리하라고 제안했습니다. 장자는 그보다 훨씬 앞서 끝이 있는 것으로 끝이 없는 것을 좇으면 위태롭다고 경고했습니다(以有涯隨無涯 殆已). 일은 끝이 없고, 시간과 에너지는 끝이 있습니다.

착각은 세 가지 얼굴로 나타납니다.

착각 1. 1시간을 나누면 1시간만큼의 에너지도 나뉜다

일정표의 1시간은 모두 같은 크기지만, 그 안에 담긴 에너지는 다릅니다. 다니엘 핑크는 『언제 할 것인가』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하루 동안 정점, 저점, 회복의 흐름을 탄다고 정리했습니다. 그가 인용한 연구에 따르면 업무 수행 차이의 약 20%가 시간대 하나로 설명됩니다(출처).

다만 이 흐름이 언제, 어떤 순서로 오는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시간생물학에서는 이 차이를 크로노타입이라 부릅니다. 아침형과 중간형은 오전의 정점으로 하루를 시작하지만, 넷 중 한 명꼴인 저녁형은 거꾸로 된 흐름을 탑니다.

유형

비율

하루의 흐름

종달새(아침형)

약 14%

정점 → 저점 → 회복

제3의 새(중간형)

약 65%

정점 → 저점 → 회복

올빼미(저녁형)

약 21%

회복 → 저점 → 정점

비율 출처 · 흐름 출처

구간마다 맞는 일도 다릅니다. 정점에는 분석적인 일이, 저점에는 단순한 행정 업무가, 경계심이 풀리는 회복 구간에는 오히려 창의적인 일이 잘 됩니다(출처). 직전에 무엇을 했느냐에 따라서도 남아 있는 주의가 달라집니다(리로이, 2009).

착각 2. 에너지는 지금 하는 일에만 쓰인다

일정표에는 지금 하는 일 하나만 적혀 있지만, 에너지는 여러 곳으로 동시에 빠져나갑니다. 끝내지 못한 일과 미뤄둔 결정, 걱정이 일정표에 없는 채로 제 몫을 떼어 가기 때문입니다(마시캠포·바우마이스터, 2011). 100%를 쏟는다고 믿는 순간에도 실제로 그 일에 닿는 에너지는 그보다 적습니다.

착각 3. 에너지는 쓰면 줄어들기만 한다

의지력을 쓰면 바닥나는 연료로 본 '자아 고갈' 이론은 오랫동안 통념이었습니다. 그러나 2016년 23개 실험실이 참여한 대규모 재현 연구에서 그 효과는 거의 확인되지 않았습니다(해거 외, 2016). 반대로 자기결정성이론 연구들은 스스로 고른 의미 있는 일이 활력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높인다는 결과를 보여왔습니다.

그래서 에너지는 분배가 아니라 수지(收支)입니다

착각

실제

처방

1시간 = 같은 에너지

시간대·직전 일에 따라 다름

배치

정한 일에만 쓰인다

미완료·걱정이 나눠 가짐

비우기

쓰면 줄기만 한다

어떤 일은 에너지를 채움

채우기

앞의 두 착각은 나가는 쪽, 마지막 착각은 들어오는 쪽에 대한 착각입니다. 새는 곳을 막는 것이 부하율을 비우는 일이고, 채워 주는 일을 늘리는 것이 고유함을 채우는 일입니다.

WHY: 왜 중요한 일은 늘 밀리는가

중요한 일이 밀리는 이유는 무엇이 중요한지 몰라서가 아니라, 고르는 순간 긴급함이 판단을 가로채기 때문입니다. 1954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한 연설에서 어느 전직 대학 총장의 말을 빌려 "급한 것은 중요하지 않고, 중요한 것은 결코 급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35년 뒤 스티븐 코비는 같은 통찰을 긴급성과 중요도라는 두 축의 네 칸 매트릭스로 정리했습니다.

2018년의 한 연구는 이 현상을 실험으로 확인했습니다. 사람들은 보상이 더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감이 임박한 일을 먼저 골랐고, 그 마감이 별 의미 없을 때조차 그랬습니다(단순 긴급성 효과).

이 연구가 소비자 연구 학술지에 실린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오늘만 할인'에 지갑이 열리는 심리와 급한 일에 손이 가는 심리는 같습니다.

코비가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에 실은 큰 돌 이야기도 같은 지점을 가리킵니다. 유리병에 주먹만 한 돌을 채운 강사가 자갈과 모래, 물까지 부어 넣자, 한 참가자는 애쓰면 더 끼워 넣을 수 있다는 교훈을 떠올렸습니다. 강사는 아니라며, 큰 돌을 먼저 넣지 않았다면 그 돌들을 넣을 수 있었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7:2:1 에너지 분배 법칙

7:2:1 에너지 분배 법칙은 이 매트릭스의 네 칸에 에너지를 나누는 비율입니다.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에 7, 중요하고 급한 일에 2,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에 1, 둘 다 아닌 일에 0을 둡니다. 시간 대신 돈의 언어로 바꾸면 네 칸은 투자, 지출, 소비, 낭비가 됩니다.

[embed: node/a0006b0e-2faf]

2사분면의 7에는 전략과 관계뿐 아니라 휴식도 들어가고, 4사분면은 0으로 비웁니다.

숫자에는 토대가 있습니다. 코비는 데밍상을 받은 우수 조직들이 관리 시간의 65~80%를 2사분면에 쓴 반면, 일반 조직은 15% 안팎에 그쳤다는 연구를 소개합니다(출처). 다만 코비는 시간을 재고, 7:2:1은 에너지를 나눈다는 점이 이 법칙의 고유한 지점입니다.

  • 7은 규칙이어야 합니다: 투자는 늦게, 복리로 돌아옵니다. 노후 저축이 늘 밀리듯 2사분면도 밀리기 때문에, 비율을 미리 정해 두는 것 자체가 투자를 지키는 장치입니다.

  • 2는 7의 결과입니다: 2사분면에 미리 투자할수록 예방이 쌓여 1사분면의 위기가 줄어듭니다. 정기 점검을 미룬 집이 수리비를 더 쓰는 것과 같습니다.

  • 1은 0이 될 수 없어서 1입니다: 1인 기업가가 3사분면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소비는 대개 남이 고른 장바구니라서, 모아서 한 번에 치러야 1로 묶입니다.

  • 0은 4사분면의 자리입니다: 4사분면은 쉬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휴식이 아니라 도피입니다. 진짜 휴식은 2사분면, 곧 7 안에 들어갑니다.

돈의 언어가 잘 통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시간을 쓰고, 아끼고, 낭비하고, 투자한다고 말합니다(레이코프·존슨, 『삶으로서의 은유』). 그런데 벌고 불릴 수 있다는 점에서 돈에 더 가까운 것은 시간이 아니라 에너지라서, 7:2:1은 '에너지 가계부'라고 부를 때 가장 정확합니다.

HOW: 에너지 가계부를 쓰는 법

에너지 가계부는 지도를 그리고, 투자분을 먼저 떼어 두고, 휴식을 정확히 정의하고, 기록하는 네 단계로 씁니다.

1. 내 에너지 지도부터 그립니다

에너지 지도는 남의 하루가 아니라 내 크로노타입 위에 그려야 합니다. 알람 없이 자는 날, 잠든 시각과 깬 시각의 한가운데가 새벽 3시 30분에서 5시 30분 사이면 중간형, 그보다 이르면 아침형, 늦으면 저녁형에 가깝습니다(출처). 일주일간 시간대별 컨디션을 기록해 겹쳐 보면 나의 정점이 보입니다.

출근 시간이 정해진 직장인과 달리, 1인 기업가는 하루의 배치를 자기 크로노타입에 맞출 수 있는 드문 위치에 있습니다.

2. 투자분 7을 먼저 떼어 둡니다

개인 재무의 오랜 원칙인 '선저축 후지출'은 월급이 들어오면 저축부터 떼어 두라는 것입니다. 에너지 가계부에서 그 역할을 하는 것이 타임블럭입니다. 드러커는 성과를 내는 사람은 할 일이 아니라 시간에서 출발한다고 했고, 칼 뉴포트는 타임블로킹이 깊은 작업 시간을 지키고 얕은 일은 묶어 준다고 설명합니다(출처).

제이코치는 고성과자에게 공통으로 있는 타임블럭으로 생각, 발전, 에너지(잠)의 세 가지를 꼽고, 30분씩 세 번 하는 '33 공식'으로 시작하라고 권합니다. 이 세 블럭은 7의 기반층입니다. 여기에 사업의 큰 돌을 굴리는 핵심 블럭을 정점에 얹어야 7이 완성됩니다.

층

블럭

배치

기반층

에너지: 잠, 30분 더

전날 밤

기반층

생각: 걸으며 정리

정점 직전

핵심층

사업의 큰 돌·관계

정점

기반층

발전: 독서·글쓰기

회복 구간

코비는 이 균형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 우화로 설명했습니다. 황금알(성과)만 좇으면 거위가 죽고, 거위(생산 능력)만 돌보면 알이 나오지 않습니다. 기반층이 에너지를 만들고, 핵심층이 그 에너지를 성과로 바꿉니다.

기반층의 블럭에는 각각 근거가 있습니다. 2주 동안 하루 6시간씩 잔 사람들의 인지 수행은 밤을 하루에서 이틀 꼬박 샌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본인들은 그만큼 졸리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반 동겐 외, 2003). 미국수면의학회와 수면연구학회가 성인에게 꾸준히 하루 7시간 이상을 권하는 이유입니다.

걸을 때는 앉아 있을 때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평균 60%가량 더 많이 나왔습니다(오페초·슈워츠, 2014). 스스로 고른 배움은 활력을 높이는 활동에 속합니다(자기결정성이론).

2와 1의 자리도 정해 둡니다. 2는 블럭 사이에 비워 둔 버퍼로 받아야 1사분면의 위기가 7을 깨고 들어오지 않습니다. 1은 저점에 모아서 한 번에 처리하고, 0은 잊고 있던 구독료처럼 해지합니다.

3. 휴식을 정확히 정의합니다

휴식이란 소모된 곳을 내려놓고, 에너지가 다시 자라나게 하는 시간입니다. 休는 사람이 나무에 기대 모습이고, 息은 숨이면서 '자라다, 불어나다'라는 뜻도 지녀 이자를 뜻하는 이식(利息)에도 쓰입니다. 휴식은 글자 그대로 기대어 숨을 고르는 동안 다시 불어나는 것, 곧 이자가 붙는 투자입니다.

『맹자』의 우산(牛山) 이야기는 이 정의를 장면으로 보여줍니다. 날마다 도끼에 베이는 산에도 밤낮으로 자라나는 것(日夜之所息)이 있어 새싹이 돋지만, 소와 양을 풀어 놓으니 그마저 뜯어먹혀 민둥산이 됩니다. 쉬는 시간에 돋은 새싹을 자잘한 자극이 뜯어먹는 모습, 그것이 오늘날의 도피입니다.

무엇이 휴식인지는 일이 정합니다. 노력-회복 모델에 따르면 회복은 일하느라 쓴 기능이 더 이상 요구되지 않을 때 일어납니다. 지식노동은 몸은 쉬고 뇌는 일하는 칸에 있어서,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보는 것은 자세만 바뀜 일입니다.

[embed: node/a78f1767-983a]

제이코치의 세 블럭 가운데 생각 블럭이 지식노동의 대각선 반대 칸에 있어, 짧은 시간에 가장 큰 회복을 줍니다.

쉬는 시간을 회복으로 만드는 경험은 네 가지입니다(조넨탁·프리츠, 2007). 일에서 마음까지 떠나는 분리, 긴장이 풀리는 이완, 새로운 것을 배우는 숙달, 무엇을 할지 스스로 정하는 통제입니다. 이 중 어느 것도 주지 못하는 시간은 아무리 편해도 도피에 가깝습니다.

판별은 질문 하나면 충분합니다. 이 시간이 끝났을 때 나는 채워졌는가, 더 비었는가? 채워졌다면 7에, 비었다면 0에 속합니다.

4. 4주 동안 기록합니다

매일 정점 구간이 어느 사분면에 쓰였는지 한 줄씩 기록합니다. 정확히 7:2:1이 최적이라는 연구는 아직 없으니, 이 법칙은 직접 검증할 가설로 다루는 편이 정직합니다. 4주 동안 7에 가까워질수록 무엇이 달라지는지 보여줄 수 있다면, 그때부터 법칙은 근거를 갖습니다.

맺으며

에너지를 아끼는 법은 덜 쓰는 것이 아니라 부딪히지 않는 것입니다. 『장자』의 포정은 19년 동안 소 수천 마리를 잡고도 칼날이 막 숫돌에 간 것처럼 새것이었습니다. 보통 백정은 뼈를 내리치느라 달마다 칼을 바꾸었지만, 포정은 뼈마디 사이의 틈을 따라 칼을 넣었기 때문입니다.

7:2:1은 그 틈을 미리 내 두는 법입니다. 그렇다면 7의 에너지는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요?

답은 내가 멈춰도 일하는 곳입니다. 다음 편에서 이어 가겠습니다.

0
0

여기에 파일을 드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