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해지려고 할수록, 왜 나를 좋아하기는 더 어려워질까요?
나를 위해 시작한 습관이 어느 순간 나를 다그치는 숙제가 될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내 삶을 잘 돌보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빠뜨리면 안 돼.’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해.’
라는 생각이 붙기 시작합니다.
삶을 돌보기 위해 만든 일이 언제부터 지켜내야 할 또 하나의 기준이 된 겁니다.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계획대로 해낸 날에는 나름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하루만 흐트러져도 그동안 해온 것은 보이지 않고 오늘 못 한 것만 크게 보입니다.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나를 좋아하기는 점점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저는 완벽주의를 이야기할 때 이 질문을 먼저 봅니다.
“나는 잘해낸 나에게만 내 편이 되어주고 있는 걸까?”
잘하고 싶은 마음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성과를 높이기 위한 기준이 어느 순간 나를 인정하기 위한 조건까지 되어버릴 때입니다.
잘해야 괜찮은 사람.
꾸준해야 괜찮은 사람.
흔들리지 않아야 괜찮은 사람.
이런 조건이 붙기 시작하면 지친 날이나 실수한 날에는 스스로를 인정할 근거가 사라집니다.
무언가를 해내도 오래 기뻐하기 어렵습니다.
잘한 것보다 다음 부족한 것이 먼저 보이기 때문입니다.
성장을 위한 점검이 어느 순간 나를 계속 탈락시키는 평가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온전함’
이라는 말을 함께 생각합니다.
온전하다는 것은 흠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잘한 나도 나이고, 실수한 나도 나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자신 있게 결정했던 모습도,
겁이 나 망설였던 모습도,
꾸준히 해온 시간도,
중간에 놓아버린 시간도
모두 내 삶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지?”
대신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려워하는구나.”
“이 부분은 아직 연습이 필요하구나.”
“지금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을 넘겼구나.”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지’에는 고칠 곳이 없습니다.
하지만
‘일정을 잡을 때 확인할 시간을 빼놓았다’에는 고칠 행동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약속한 자료를 하루 늦게 전달했다고 해보겠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무책임하지?” 라고 자신을 몰아붙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을 비난한다고 해서 상대방의 불편이 줄어들거나 다음 약속을 지킬 가능성이 높아지지는 않습니다.
필요한 것은 오히려 더 구체적인 일입니다.
자료 전달이 늦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사과하고, 새로운 전달 시간을 알립니다.
그다음 살펴봅니다.
준비 시간을 잘못 예상했는지, 확인 과정이 빠졌는지, 일정을 너무 많이 잡았는지.
행동에는 책임을 지되, 그 행동 하나로 나 전체를 평가하지 않는 것.
저는 이것 역시 온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함을 받아들인다는 말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며 넘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내 한계를 정확하게 알아야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혼자 자꾸 놓치는 부분이 있다면 확인 장치를 만들고,
일정이 빠듯하면 미리 조율하고,
경험이 부족하다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자기비난보다 자기이해가 때로는 훨씬 더 많은 책임을 가능하게 합니다.
제가 지키려고 하는 원칙 중 하나는 ‘나는 나를 버리지 않는다.’ 입니다.
잘했을 때만 나를 데리고 가는 것이 아니라 흔들렸을 때도 버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하루 계획을 지키지 못했다면 그날의 나를 심판하는 대신 살펴봅니다.
계획이 과했는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있었는지?
우선순위를 바꿀 필요가 있었는지?
그리고 내일 다시 이어갈 행동 하나를 정합니다.
계획을 잘 지킨 나에게 보내던 관심을, 계획을 놓친 나에게도 써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 조심할 것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앞으로는 절대 나를 탓하면 안 돼.’ 라는 규칙을 하나 더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 역시 또 다른 완벽주의가 될 수 있으니까요.
내가 또 자책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그 순간부터 구체적으로 보면 됩니다.
오늘 자신을 탓했던 장면이 있다면 세 가지만 적어보세요.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가.
그 일을 두고 나는 나에게 어떤 평가를 붙였는가.
지금 내가 책임지고 바꾸거나 도움받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일정을 놓쳤다’ 와 ‘나는 무책임한 사람이다’는 다릅니다.
사실과 자기평가를 분리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오늘 부족했던 것을 고치는 동안에도 그동안 해온 노력과 잘해낸 일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잘한 나만 데리고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흔들리는 나까지 데리고 계속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완벽해지는 것보다이쪽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잘할 때만이 아니라, 흔들릴 때도 내 편이 되어주는 것.
어쩌면 "온전함"은 완벽한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라
어떤 모습의 나도 버리지 않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힌트를 주신 도은(키미)님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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