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대한 흔한 착각
착각1. 돈은 제로섬이다. 내가 벌면 누군가 잃는다.
이 감각은 아주 오래됐다.
사람이 오래 살아온 환경에서는 대부분의 자원이 실제로 제로섬이었기 때문이다.
땅도, 사냥감도, 자리도 하나였다.
그래서 누가 크게 벌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는 자동으로 "누가 잃었을까"를 찾는다.
하지만 돈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없던 가치를 만들면 총량이 늘어난다.
이건 우주의 법칙이다.
우주가 지금까지 계속 팽창만 하고 있지 않는가?
제로섬인 건 돈이 아니라 지위다.
1등은 한 명이고, 순위는 총량이 정해져 있다.
내가 올라가면 누군가는 내려간다.
지위를 좇는 사람은 남을 이겨야 하고, 부를 만드는 사람은 남을 도와야 한다.
겉으로는 둘 다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하나는 남에게서 가져오는 게임이고, 하나는 남에게 주는 게임이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어느 쪽인지 물어보면 답이 빨리 나온다.
이 일이 잘되면 상대도 좋아지는가. 답이 "아니오"라면, 그건 부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순위를 다투는 일이다.
순위 다툼은 이겨도 다음 판이 또 온다.
지위는 이겨야 얻고, 부는 도와야 얻는다.
착각 2. 소득이 곧 부다.
가장 비싼 착각이다.
소득은 흐름이고 부는 잔량이다.
월 3천을 벌어 3천을 쓰는 사람과 월 700을 벌어 400을 쓰는 사람 중 부가 쌓이는 쪽은 후자다.
소득은 앞의 사람이 네 배지만, 부는 뒤의 사람에게만 생긴다.
그런데 우리는 이걸 계속 헷갈린다.
이유는 단순하다.
부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부는 쓰지 않은 돈이라서, 존재하는 방식이 '없음'이다.
사지 않은 차, 가지 않은 여행, 옮기지 않은 집. 잘 쌓인 부는 아무 장면도 만들지 않는다.
우리가 실제로 보는 건 부가 아니라 소비다.
차와 시계와 사진은 부를 쓴 흔적이지 부 자체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부자를 잘못 알아본다.
그리고 잘못 알아본 대상을 기준으로 내 기준선을 긋는다.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매일 비교하는 셈이다.
소득이 곧 부라고 믿으면 해법이 항상 "더 버는 것" 하나가 된다.
그래서 소득을 올리고, 오른 만큼 기준선도 올리고, 다시 부족해진다.
소득은 계속 늘어나는데 부는 제자리인 상태가 몇 년씩 이어진다.
부는 버는 순간이 아니라 쓰지 않기로 결정한 순간에 생긴다.
착각 3. 부자들은 특별한 정보를 안다.
이 착각은 위로가 된다.
내가 아직 못 한 이유가 정보의 부재라면, 정보만 얻으면 되니까.
그런데 오래 돈을 지킨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대체로 허무하다.
특별한 정보가 아니라 지루한 원칙 몇 개를 아주 오래 반복한 경우가 압도적이다.
버는 것보다 적게 쓰기. 중단하지 않기. 감당할 수 있는 크기로만 걸기. 이해 못 하는 것에 손대지 않기.
문제는 이 답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콘텐츠로도 재미없고, 상품으로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시장에는 늘 다른 이야기가 돌아다닌다.
특별한 정보, 남들이 모르는 기회, 지금 아니면 늦는 타이밍. 사기의 입구가 이 착각인 이유가 여기 있다.
"특별한 정보가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정보를 팔면 되니까.
그리고 이 착각은 에너지를 정확히 잘못된 곳에 쓰게 만든다.
정보와 타이밍은 대체로 통제 밖이고, 반복과 지속은 통제 안이다.
통제가 안 되는 곳에 노력을 넣으면 평균 효율이 극도로 낮아진다. 고통은 대개 거기서 생긴다.
노력은 통제 가능한 곳에, 빈도는 통제 불가능한 곳에. 이 둘을 바꿔 넣는 순간 고통이 시작된다.
우리는 흔히 통제할 수 없는 것에 기대를 걸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을 지루하다고 미룬다.
순서를 바꾸는 것,
그게 내가 지금 깨달은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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