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일지06] '팔릴만한 상품'이라는 당근🥕. 당근만 보고 달리는 당나귀 상태

나는 가계부라는 깊은 늪에 빠져 있었다.

스탠포드의 1차 런칭이라는 과제가 코앞에 다가왔고

'팔릴 만한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미 만들어버렸고 사람들의 반응도 확실해 보였던 가계부 템플릿.

이제 감정 가계부라는 가치까지 부여했으니

챌린지를 통해 충분히 가치를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뭔가 이상했다.

내가 템플릿/강의, 맞춤형 SaaS를 Phase 1에 하나로 묶어두고 있는데,

7주차 과제를 하면서 보니까 이 단계에서 서로 다른 유형들을 같이 가지고 가는게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내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고,

내 성향상 멀티가 어렵기 때문에 이 중에서 선택을 해야했다.

그래도 일단 스탠포드 런칭은 다시 기획할 시간이 촉박했고

템플릿은 거의 다 만들어놨기 때문에 우선 이걸로 런칭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일단 방향성을 다시 잡아야 될 것 같다.

"근데, 가계부가, 최종 목표인 '고가 맞춤형 SaaS'와 무슨 상관이죠?"

역시 서한대표님이 먼저 말씀하셨다.

템플릿이랑 강의가 Phase 1에 있기 때문에 이걸로 선택했다고 말씀드렸지만

나도 큰그림을 기반으로 선택했던 것이 아니라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저 템플릿과 강의가 할 일중에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거였다.

맞춤형 시스템을 목표로 강의와 템플릿이 정렬된 상태였어야 했다.

그게 문제였다.

거기다 Phase1에서 내 최종 목표는 '대표'들을 위한 고가 시스템 구축인데,

나는 '개인'들을 위한 저가 상품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런칭을 위한 런칭'이라는, 내 비즈니스의 본질과 아무 상관없는 소모적인 일.

나는 이 길의 끝이 낭떠러지임을 인정하고, 가계부 프로젝트를 중심에서 완전히 내리기로 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새롭게 레퍼런스를 만들 필요 없어요.

이미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잖아요."

이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아니다.

솔직히 처음엔 그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을 가져온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었을까.

하지만 그 조언은 내 무의식 깊은 곳에 씨앗처럼 심어져 있었다.

씨앗의 싹이 튼건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고, 남자친구의 넘쳐버린 케파를 돕고 싶단 생각도 있었다.

최근 벌였던 라이브에서 겪었던 일로 CRM의 필요성도 체감하고 있었다.

남자친구에게 협업을 선언했고, 완전히 인볼브하기로 결심했다.

이제 나의 모든 것은 CRM이라는 단 하나의 축에 정렬하기로 했다.

그제야 좀 명료해진 기분이었다.

왜 내가 계속 헤매고 있었나 생각해보니

그냥 맞춤형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라는 생각이라서 그랬던거였다.

회사마다 문제가 다를테니 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거야!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분야를 CRM으로 확정짓고, CRM을 파고드니

분야가 정해진다는게 얼마나 안정적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낡은 생각의 틀은 끈질겼다.

'런칭 = 제품 판매'라는 고정관념 속에서,

나는 또다시 '팔릴 만한 제품'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기술을 모르는 대표님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CRM 시스템 키트(VOD)'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따라만 하면, 고객설문이 한데 모이고, 문자를 자동으로 발송할 수 있는

기본 CRM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시스템 강의다.

아.... 뭔가..... 이상한데 팔리는 제품이어야했다

아진짜 뭔가 이상한데 팔리긴 잘팔릴 제품이었다

근데 내 꿈의 고객이랑은 또 상관이 없었다

일단 그래도 열심히 기획을 해봤다.

어떻게 하면 정렬이 될까 싶어서.

내 꿈의 고객...

성장의 한계에 부딪혀 '배울 시간'조차 없는 바쁜 대표님들.

그들은 '직접 따라 하는' 50만원짜리 VOD를 사지 않는다.

500만원을 주고, '자신의 문제를 완벽히 해결해 줄 전문가'를 산다.

진짜 답이 안나왔다.

스탠포드에서 뭔가를 런칭을 하긴 해야하는데

나는 팔 제품이 없었다.

내가 팔 제품이 없다니......

게다가 뭔가 제품을 판다고 해도 그 목적은 신규 유입인데,

지금은 케파가 꽉찼으니 의미가 없었다.

그러면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지금 의미가 있는건가?

그냥 남친이 하는 일에 바로 뛰어들면 끝인거 아닌가?

"아니지 앞단에 퍼널은 열어둬야지!"

ㅠㅠ 서한대표님께 여쭤보니 유입을 막는게 아니라,

유입은 열어놓고 안받아야하는거라고....

당연한 말씀이었다.

현금흐름이 막히지 않으려면 유입 통로를 열어놔야 하는건데

당장 케파가 꽉 찼다고 해서 통로를 닫아놓을 생각을 했다니

진짜 코앞만 보는 시야가 이런거구나 시시각각 느끼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방향성은 이렇다.

메인은 남자친구와의 협업이다.

같이 시스템을 구축한다.

그리고 그 성과를 콘텐츠로 발행한다.

그 콘텐츠들이 고가 브랜딩 역할을 해주면서 유입통로가 되어줄 것이다.

Phase 1에서 강의와 템플릿을 완전히 배제한다.

맞춤형 시스템 구축에만 몰두한다.

여기서 데이터를 쌓고, 이후 Phase 2로 넘어간다.

그래서 결국 스탠포드에서 첫 런칭할 제품이 무엇이냐?

통합가계부도 아니고

감정가계부 챌린지도 아니고

CRM 키트도 아니고

엄청난! 성과를 낸 맞춤형 CRM 시스템을 해부하는 마케팅 강의가 될 예정이다.

실제로 구축한 맞춤형 CRM 시스템이 낸 성과가 어떻게 나온건지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세세하게 풀어나가면서, 시스템 흐름을 살짝 얹기만 할 예정이다.

시스템 만드는 방법? 전혀 없다.

메인은 시스템을 이루는 마케팅 방법이다.

실제 성과를 만들어낸 마케팅 방법이 어떤것인지를 다룰 예정이다.

​이게 내 꿈의 고객을 타겟팅하는 제품이다.

검증된 성공 사례에 기반한 시스템 전문성 이야기.

이제 좀 큰 그림을 놓치지 말고 가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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