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돌아 코칭으로

한 브랜드를 닫는다는 것에 대하여

― 신라비를 폐업하며

샵을 닫기로 결정했다.

이 문장을 쓰기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실패’라는 단어로 정리되기엔 너무 많은 선택과 고민이 있었고,

‘정리’라는 말로 넘기기엔 감정이 너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신라비를 왜 시작했고, 왜 멈췄는지를 기록하려 한다.

시작은 분명했다

신라비는

‘예쁜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쌓아온 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7년 넘게 반영구 시술을 하며

나는 기술보다 구조가, 감성보다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그리고 그걸 증명해보고 싶었다.

한옥이라는 공간,

피부 진단이라는 콘셉트,

단순한 시술이 아닌 ‘경험형 에스테틱’.

처음에는 설렜다.

다시 뭔가를 만들어보고 있다는 감각이 좋았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보다 빨랐다

문제는 공간도, 아이디어도 아니었다.

환경과 구조였다.

서촌이라는 지역 특성상

피부관리샵으로 정식 영업이 어려운 규제가 있었고,

나는 그 리스크를 인지한 채 시작했다.

처음엔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 컸다.

데이터를 쌓고, 구조를 만들고, 나중에 정리하자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냉정했다.

에스테틱은

‘내가 직접 투입되지 않으면’ 돌아가기 어렵고,

직원을 쓰기엔

아직 안정적인 매출과 데이터가 없었다.

그렇다고

반영구를 본격적으로 하기엔

법적인 리스크가 너무 컸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였다.

계속하는 게 더 위험하다고 느낀 순간

가장 큰 결정의 기준은 이거였다.

“이걸 계속하는 게,

나를 성장시키는 선택인가

아니면 나를 소모시키는 선택인가?”

만약

신고가 들어오면,

만약 문제가 생기면,

이번이 초범이 아니라는 사실까지.

나는 어느 순간

‘사업을 하고 있는 나’가 아니라

‘문제를 피하고 있는 나’가 되어 있었다.

그때 알았다.

지금 멈추는 게 도망이 아니라는 걸.

폐업은 실패가 아니라 판단이다

신라비를 닫으면서

나는 잃은 것보다

정리한 게 더 많다.

– 내가 어떤 구조를 싫어하는지

– 내가 직접 투입되는 일에 얼마나 에너지가 소모되는지

– 내가 하고 싶은 사업의 형태는 무엇인지

이 모든 걸

한 번 더 명확하게 알게 됐다.

모든 브랜드가 오래 가야 성공은 아니다.

어떤 브랜드는

역할을 다하면 내려놓는 게 맞다.

그리고 나는 다시, 앞으로 간다

신라비는 끝났지만

내 커리어는 멈추지 않는다.

이번 선택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었고,

다음 단계를 위한 정리였다.

나는 여전히

구조를 만들고,

브랜딩을 설계하고,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일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

이 글을 마무리가 아니라 기록으로 남긴다.

한 브랜드를 닫았다는 사실보다

내 판단을 신뢰했다는 사실이

지금의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

2
기본 아바타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