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
참을 수 없는 무기력감이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 뇌가 녹아버린 것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의욕도 방향도 없이 그렇게 1년을 보냈다.
스트레스는 점점 심해졌고, 급기야 밥알 한 톨조차 넘기기 힘들어졌다.
먹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음식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이러다 정말 큰일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에게 어렵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았더니 에이그라운드에 가서 김서한 대표님과 1:1 미팅을 해보라고 했다.
솔직히 성공하고 싶어서 신청한 것은 아니었다.
죽기 싫어서 신청했다.
사전 영상을 보고 과제를 준비하는 5일도 너무 버거웠다.
도대체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잘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과제를 쓰다가 멈추고,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멍하니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1:1 미팅을 마치고 나오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을 정했다.
"이제 까라면 까고, 하라면 한다. 그냥 항복하자."
내 생각과 고집을 잠시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다.
과정 중에는 나를 찾아가는 여행도 했고, 존재 자체를 긍정하는 연습도 했다.
생각보다 훨씬 만만치 않았고, 솔직히 중간에 도망가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내 안에 가장 깊게 세워진 것은 신념, 사명, 원칙이었다.
이 세 가지는 죽는 날까지 문신처럼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는 풀릴 줄 알았는데,
현실은 생각보다 자주 막혔고 그때마다 마음이 흔들렸다.
서한 대표님께 이런저런 고민을 말씀드리면 인내가 필요하다고,
끝까지 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무너지려는 마음을 다시 붙잡았다.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크게 리마인드해 준 시간은 원데이 특강이었다.
긴 강의였지만 지금까지 공부했던 내용들이 하나씩 다시 떠오르며 연결되었다.
시간이 가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몰입했고, 오랜만에 공부가 정말 재미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획해 왔던 사업은 결국 마무리하지 못한 채 종료되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실패였다.
생각해 보면 정말 몰두했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했다.
그런데도 결과는 실패였으니 예전 같았다면 크게 무너졌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마음이 그렇지 않았다.
처음 1:1 미팅 때 김서한 대표님께서 물으셨던 질문이 떠올랐다.
"실패한 경험이 있으세요?"
그때 나는 딱히 실패라고 할 만한 일이 없다고 대답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대답이 너무 창피하다.
실패한 적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실패가 두려워 제대로 시작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실패를 미리 계산하지 않았고, 오직 신념과 사명을 생각하며 실행을 먼저 했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내 마음까지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드디어 실패해 볼 만큼 제대로 시작했구나.'
이런 경험을 다른 어디에서 해볼 수 있었을까.
실패하고도 무너지지 않는 마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어떻게 혼자 깨달을 수 있었을까.
그래서 김서한 대표님께 정말 감사했다.
그러던 중 이유성 대표님과 대화를 나누며 또 하나를 깨달았다.
나는 20년 동안 치과에서 일했고, 그 일이 너무 지긋지긋해서 10년 동안 일부러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갑자기 알게 되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이거였구나.'
잊고 있던 설렘이 갑자기 찾아왔다. 다시 치과 일을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고,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된 것 같았다.
그때 치과 분야에 계시는 정미 대표님이 생각났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미 대표님께 꼭 필요한 일이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실패의 보상이 이런 모습으로도 찾아오는구나 싶었다.
앞에서 하려던 사업이 실패하지 않았다면 나는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을 다시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그 실패가 나를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데려다준 셈이다.
처음에는 MBTI가 INTJ-T였는데 지금은 INTJ-A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불안과 걱정이 나를 움직였다면, 이제는 자신감이 행동의 동기가 되고 있다.
늘 뒤에 숨어 있는 것이 편했다. 2인자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절대로 얼굴을 보이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나였다.
그런 내가 이제는 직접 앞으로 나가려 한다. 완벽해져서가 아니다.
일단 해보고, 잘못되면 다시 고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이 우연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무기력했던 시간도, 끝내지 못한 사업도,
치과를 외면했던 10년도 결국 다시 나를 찾기 위해 필요했던 과정이었다.
에이그라운드와 김서한 대표님을 만나며 내 인생은 다시 시작되었다.
정규 과정은 끝났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는 더 타이트하게, 더 집중해서 시작해 보려고 한다.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더라도 신념을 붙잡고, 사명을 잊지 않고, 내가 세운 원칙을 지키며 끝까지 가볼 것이다.
이번에는 진짜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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