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게 쓰는 편지 (마지막)
돈아, 안녕.
네게 사과를 해도해도 부족하네.
내가 얼마나 너를 미워하고 원망했는지, 여전히 알지 못한 미지의 마음이 참 많은 것 같아.
미안해.
난 너를 정복하려고 했어.
너를 아빠로 생각했고,
엄마로 생각했고,
태어나기 전부터 경쟁해야 했던 남자들이라고 생각했어.
나는 너를 정복해서
아빠에게 복수하고 싶었고,
엄마에게 복수하고 싶었고,
남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봐.
너네 남자들 아무것도 아니잖아.
부모님, 나도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너를 막대했어.
나는 너를 쉽게 가질 수 있다 착각했고
네가 내게 오면 벌 주듯 마구 써버렸어.
그러고 나면 허무하더라.
난 알았을 거야.
널 정복할 수 없었다는 걸.
정복하려는 관계는 파국만이 남아 있다는 걸.
돌이켜보면 아주 어린 시절에는 난 네가 좋았어.
당연하게도 내 곁에 있는 친구라 생각했고,
내게 좋은 세상을 보여주는 좋은 스승이라고 생각했고,
너와 함께 있는 게 당연했어.
아빠가 처음으로 자가를 사셔서 이사오는 날에는
우리 집을 예쁘게 꾸며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어.
어린 마음이었는데도 그 장면을 떠올리면
여전히 설레고 기쁘고 아름다움을 느껴.
이전에 살던 집보다 더 환하고 좋은 집이었거든.
막내가 태어날 즈음인가?
그때에는 가사를 도와주시는 이모님도 계셨어.
한 분은 내가 정말 많이 좋아하고 따르기도 했잖아.
기억나지?
엄마가 주무시면 이모님한테 집에서 좀 떨어져 있는 놀이터에 가자고
항상 그랬지.
그분은 나를 정말 잘 챙겨주셨어.
이후에 오셨던 분들은 기억나지 않지만.
네가 아니었다면 난 그 이모님을 만날 수 없었을 거야.
솔직히 이모님이 아니었다면 난 집에서 멀리 떨어진 놀이터에 가도 된다고
생각하지도 못했을 거구.
너는 내게 더 큰 세상을, 그리고 아름답고 즐거운 세상을 알려준
고마운 존재야.
나는 네 고마움을 잊어버리고는 너를 정복하겠다고 독을 품고 살아왔어.
너를 엄청 소중하게 여겼던 과거는 잊어버리고.
나 유치원 들어가기 전부터 내 물건 진짜 잘 챙겼던 거 기억하지?
학교 다닐 때도 친구들이 어떻게 립밤을 잃어버리지 않고
다 쓰냐고 신기해했잖아.
사실 저축도 잘했고.
너와 함께 하는 걸 어려워한 적이 없던 것 같아. 그치?
나는 무의식 중에 항상 너를 챙기고 있었으면서
정복하겠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네가 얼마나 아팠을까?
소중한 친구를 잃은 네가 얼마나 무기력했을까?
이제 내가 다시 너를 지켜줄게.
나에게 온 너를,
나에게 올 너를 무력하게 떠나보내지 않을 거야.
우리 더 큰 세상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더 설레고 즐거운 세상을 선물하자.
나처럼 너를 오해하고 있던 이들을 착각에서 깨어나게 하자.
어릴 때처럼 다시 너와 헤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정말 기쁘고 진심으로 행복하고 든든해.
내가 너를 지켜줄게.
너를 소중하게 보호해줄게.
나는 너에게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내가 너를 지켜줘야 하는 거였어.
나에게 온 네가 외롭거나 슬프거나 힘들어하지 않게,
가장 중요한 건 무력감을 느끼지 않게
내가 단단히 보호막을 치고 너를 지킬게.
우리가 다시 헤어지는 일은 없게 할게.
고마워.
사랑해.
내 못난 시기에도 나를 떠나지 않아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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