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션03 [오토파지] - 첫 글 500자
지치지 않고 오래 만들고 싶다면, 이것부터 바꿔야 했다
나는 몇 달 동안 콘텐츠를 만들면서, 단 한번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먼저 생각한 적이 없었다.
처음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한국어 과외를 하고 싶었는데, 플랫폼 수수료가 33%였다. 학생 위주로만 돌아가는 방침도 맞지 않았다. 그래서 플랫폼을 떠나기로 했고,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사실 그 전에 한국어 강의를 시작한 것도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다. 한국어로 적게는 50만 원, 많게는 1,000만 원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고, 영어를 잘 못해도 된다고 했다. 당시 나는 허리디스크로 밖에 나가 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다시 건강해진다 해도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혼자서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했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골라서, 내가 따라 할 수 있을 만한 것을 조금 바꿔서 올렸다. 손글씨에 연필 ASMR을 더한, 하루 한 문장 한국어 콘텐츠였다.
60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올렸다. 팔로워가 하나씩 늘어날 때 기쁘기도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올린 이유는 기쁨보다 의무에 가까웠다. 안 올리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그게 나를 움직이고 있었다.
60일이 지났을 때 팔로워는 5,000명이 됐다. 그런데 구매 전환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거기서 처음으로 멈춰서 생각했다.
내가 만들고 있는 건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였다. 누군가 행동하게 만드는 콘텐츠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이상한 걸 발견했다. 팔로워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나에 대해 궁금하다고, 친구가 될 수 있냐고. 그들은 한국어 정보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 한국을 좋아했고, 나라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었다.
나는 그걸 보고도 한참 동안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
한국어 채널은 한국어 채널로 두고, 나라는 사람은 다른 데서 따로 꺼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채널에 내 삶을 넣는다는 건 생각조차 못 했다. 그런데 사실은 별다른 게 아니었다. 이미 나를 보러 온 사람들이 여기 있었다.
지치지 않고 오래 만들고 싶다면, 바꿔야 할 건 전략이 아니었다.
조회수가 잘 나오는 콘텐츠를 골라서 올리는 것, AI가 짜준 방식대로 따라가는 것, 반응이 있을 것 같은 걸 먼저 생각하는 것. 그게 나를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한 번도 먼저 생각하지 않으면서.
효과가 있을까. 없으면 어떡하지. 시간 낭비가 아닐까. 그 생각들을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결국 오래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이다. 나는 지금 그걸 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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