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함정

먼저 달리기를 시작한 남편을 따라 뛰기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되어 간다. 처음엔 1킬로도 못 뛰었는데 지금은 10킬로에 도전한다. 작년까지는 10킬로 기록에 도전하는 맛이 있었는데, 올해는 몸이 참 안따라준다. 아니 불안하다는 게 맞다.

조금만 무리하면 감기 몸살이 오고, 중간에 독감도 걸렸다. 걸리는 건 괜찮은데 한번 걸리면 집안일은 올 스톱이 되고, 자꾸 누워있게만 된다. 아들은 데려와야 하니 꾸역꾸역 몸을 일으켜 나간다. 그게 계속 반복된다. 아침에는 일어나는게 힘들고, 저녁엔 누웠다가 병든 닭처럼 자기 일쑤다. 일은 해야 하는 사회인이니 없는 힘을 다 짜내 일을 하고 수업을 한다. 집에오면 탈진 상태가 된다. 3월부터 계속 반복되니 이제는 아픈게 무섭다.

달리기를 할 때는 괜찮은데 끝나고 추운 상태로 조금만 지속이 되면 몸살이 온다. 몇 번 겪고 나니 달리는 것도 힘들고 무서워졌다. 몸살이 또 걸릴까, 감기가 올까. 이 비루한 체력. 그럴수록 운동을 더 해야하는데 운동은 안하게 되고 자꾸 눕는다. 겨울에 신청해놓았던 대회는 또 나가야 하니, 대회때만 달리고 평소 연습은 거의 못했다.

5월 황금 연휴에 잡힌 달리기 대회. 마침 비도 온다. 더운 것보다는 낫다지만 그치지 않고 계속 오는 비는 달리기를 힘들게 한다. 비도 오고 미끄러지면 안되니 조깅 페이스로 달리기로 마음 먹었다. 조깅페이스는 천천히 뛰기 때문에 숨이 그리 차지 않아서 끝까지 천천히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나둘씩 내 앞을 지나쳐가는 사람들. 걷지는 않았지만 뛰는 속도가 느리다보니 자꾸 뒤로 밀린다.

그러다 문득, 내가 왜 뛰는 거지? 조깅페이스로 뛸거면 대회 신청은 왜 했을까 하는 자책이 밀려온다. 이왕 대회 나올거였으면 준비도 좀 하고 운동도 하고, 숨차도록 뛰어봐야 하지 않느냐는 남편의 말도 생각난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뛰고 있었다. 조금씩 남은 거리가 줄고 있었던 그때, 내 앞에 1시간 20분 페이스 메이커님이 나타났다. 사실 1시간 20분 페이스 메이커 곁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잘 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10킬로 1시간 이전 페이스메이커에 사람들이 있지, 1시간 20분 달리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페이스메이커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분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뛰어가셨다. 나도 그 속도와 큰 차이가 없으니 곁에서 잠시 뛰었다.

그래, 내가 달리기를 기록을 세우려고 하는게 아니잖아. 나이가 들어서도 하고 싶은 운동이 달리기라면 지금 나는 달리기의 과정에 서있는 거지. 지금 당장 기록이 느리고 저 뒤에서 세는게 더 빠르다고 할지라고 난 끝까지 꾸준히 뛸거니까. 지금도 내가 달리는 시간의 가운데에 있는 거지. 이런 마음이 드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언젠가 할머니 1시간 20분 페이스 메이커도 필요할 때가 있지 않을까?

지난 해 5킬로 달렸던 구간이 보인다. 아, 이제 진짜 얼마 안남았구나. 걷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속도를 조금 더 올려서 계속 뛰어본다. 골인 지점이 다가온다.

완주하고 기록을 보니, 오잉? 걷지 않고 꾸준히 뛰었는데, 빨리 뛰다가 걷다가 했던 기록보다도 느리다. 평균의 함정이다.

4
기본 아바타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