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아들이 사용하던 글러브를 팔고 싶다고 했다. 제 성질대로 하지 못하면 짜증부터 내는지라 우선은 들어주기로 했다. 지지난 금요일에 올리고 몇 명이 채팅이 왔다. 산다고 했다가 안산다고 했다가, 연락이 끊겼다가. 하. 이래서 당근이 싫다.
당근에 올리기 싫었다. 언제 울릴지 모르는 채팅 알람. 바로바로 대답해주어야 하는 상황. 내가 팔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중간에서 하는 게 불편했다. 그래도 아들이 경험해야 하는 과정이려니 했다. 가장 불편했던 건 아들이 사진을 보냈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샀던 페이지 사진이 아닌 것 같은거다. 좀 찜찜했지만 올렸다. 어디에서 사줬는지 사실 나도 모르겠고, 찾기도 어려워서 그냥 지나쳤다. 귀찮았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남편도 상태도 좋은데 왜 당근을 하냔다. 남편의 말도 마음에 걸렸다. 굳이 팔지 않아도 되는데. 아들에게 물어봤다. 그렇게 용돈이 부족해? 아니, 안써서 팔려고. 그래, 안쓴다니까. 팔아보자. 복잡한 마음으로 당근을 시작했다.
몇 번의 채팅으로 거래가 어그러진 후 갑자기 당근이 울렸다. 거래를 하자고 한다. 시간 약속을 잡았다. 혼자 나가도 되지만 아들을 데리고 나갔다. 아들보다 조금 더 큰 학생일까. 상태가 좋다고 하고 가져간다. 아들과 그 모습을 함께 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판 돈의 일부는 아들에게 주고, 다음달 용돈까지 아들에게 보냈다. 버스도 타고 매점도 이용하다보니 돈이 많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만원밖에 안남았었다며 만족스러워한다. 그래, 네가 만족하면 됐다.
집으로 돌아와 아들의 중간고사 대비를 함께 하고 있는데, 다시 당근이 울린다. 사갔던 학생의 아버지란다. 올렸던 사진은 정품 사진이고, 우리가 샀던건 레플리카란다. 그래, 그렇게 비싸게 주고 사진 않았던 것 같다. 순간 내가 거짓말로 당근을 한 것 같아 부끄럽고, 불안했다. 남편과 아이에게 보여주니 제대로 정보를 보내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고 환불해주겠다고 하란다. 확인해보니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니었고, 혼란을 주어 미안하다고, 그 때문에 환불을 받고 싶다고 하면 바로 환불해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들을 보내겠다고 했다. 이번엔 남편하고 나갔다. 글러브를 다시 받고 바로 환불해주었다.
그랬더니 학생이 마음에 드는데 깎아줄 수 없겠냐고 한다. 으잉? 환불했는데? 안그래도 글러브 파는 걸 탐탁치 않아했던 남편이 우리가 쓰기로 결정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집으로 오면서 내내 찜찜했던 마음들이 하나둘씩 올라왔다. 사진이 아닌 것 같으면서 강하게 이야기하지 못해서 번거로운 상황이 벌어졌구나 싶기도 했다. 다시 찾아보라고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겠구나, 싶었다. 남편은 파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잘 되었다며 아들과 가끔 쓰겠다고 했다. 그 학생이 마음에 들어하는 모습을 봤던 것도 마음에 걸렸다. 환불을 받으러 나오기 전에 가격을 조정해달라고 했으면 조정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여러모로 불편한 상황. 아들도 별 일 없었냐고 묻는다. 제 실수 때문에 엄마와 아빠가 혹시나 문제가 생겼을까 걱정스러웠나보다.
당근은 신중하자. 사실 당근을 또 하고 싶지는 않다. 신경이 많이 쓰인다. 내가 정말 팔고 싶거나 보내고 싶은 물건이 아니라면 하지 말아야지. 제대로 된 정보를 확인하고 올리는 것도 필수다. 아들에게도 한번더 찾아보라고 하고, 정확하게 올리자고 해야지. 아들도 이번 기회로 배웠을 것이다. 사소한 일이지만 생각이 많은 내 모습도 살피게 된다. 웃기지만 사실 계좌 번호 주고 받는 것도 찜찜해서 당근페이라는 것도 가입했다. 낯선이들과 내 정보를 주고 받는 것도 이제는 고민을 하게 된다는 것도 조금은 안타까웠지만 어쩌랴. 사회가 그리 되는 것을.
승자는 아들이다. 아들에게 글러브를 처음 팔았을 때 주었던 돈은 돌려받지 않았다.
당근 중심으로 흥미진진 서사가 펼쳐지면서, 곰곰님의 복잡한 내면까지 뒤섞이며 엄청난 몰입감을 주셔서.. 독자로서 단숨에 읽어내려갔는데요.. . 와아.. 엔딩.. ^^ 아들 승! 멋집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