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환상

있지, 있어. 글쓰기의 환상. 아주 많다.

쓰고 싶은 글감이 생각나서 책상에 앉으면 술술 써지는 그런 환상을 꿈꾼다. 멈추지 않고 쭈욱 써내려가는 내 모습을 그린다. 아, 얼마나 멋진가. 다시 돌아보지 않아도 되는 그런 글을 한 숨에 쓴다니.

다시 글을 읽어본다는 건 부족함과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 부족함을 느끼고 싶지 않아 애써 외면한다. 글을 다시 보지 않아도 될만큼 멋진글을 한번에 써내는 환상을 꿈꾸는건 나의 부족함과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일것이다. 부족하고 싶지 않다, 잘 쓰고 싶다, 누가 봐도 멋진 글이었으면 좋겠다. 결국 글쓰기에도 게으른 완벽주의가 깃든다. 삶에서도 보이는 것이 글쓰기에도 그대로 투영되는 셈이다. 아, 순간 내가 살아가는 방식과 글쓰기가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마저도 환상. 환상이다. 술술 잘 풀리기를 바라는 환상. 삶도 마찬가지로 큰 풍파 없이 잘 넘어가기를 바라는 환상. 지금 안정적인 것들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환상. 모두 욕심인 걸 알면서도 바라게 되는 환상. 손에 잡힐듯 해서 손을 뻗으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환상들이다.

살아보니 알게 되는 것들 중에 완벽하지 않고 안정적인 것은 없다는 걸 매순간 느낀다. 삶은 불안정하고 불안하다. 무서운 곳이었다. 살아가면서 열심히 잘 살아가려고 했던 건 무섭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안정적인 것을 찾아 헤맸다. 이걸 배우면 안정적이 될까, 저걸 배우면 계속 써먹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일에서도 삶에서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것은 없었다. 언제든 변화는 찾아왔다. 내면에서도 외적으로도. 그 변화가 마냥 무섭고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거기에 또 적응해나가는 내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글쓰기도 결국 이 모습과 닮았다. 안정적으로 술술 써내려가는 환상을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글을 쓰고 또 다시 읽고 고치는 과정을 통해야만 글이 아름답게 변한다. 삶도 안정적으로만 살기를 원하지만 고난 끝에 피어난 꽃이 더 아름답듯, 여러 고비들을 넘겨가며 얻은 삶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물론 어려움이 없으면 좋겠지만, 어려움 속에도 배우는 것은 있다는 걸 몸으로 체험하며 느낀다. 글도 그러하겠지. 내 글을 보는 게 부끄럽고 어렵지만 그 글을 보면서 또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환상은 환상일뿐. 현실로, 글도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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