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환상 - 수산나

불과 몇년 전까지도 글쓰기의 환상을 꿈꿔 본 적은 없다.

감히 내가 도전해 볼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보니 온통 글의 세상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오직 글을 통해서만 소통되는세상이었다.

그렇게 글의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에서 처음에는 허우적거렸다.

가라앉지 않으려고, 물가로 밀려나지 않으려고 팔과 발을 마구 휘저었다.

덕분에 한동안 짠 바닷물로 들이키는 반갑지 않은 경험도 했다.

헤엄칠 힘이 생기면 뭍으로 나가리라고 몇번이나 다짐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파도를 조금씩 타기 시작하자 마음이 다른쪽으로 기울었다.

' 시원하고 후련하고 짜릿한 이 느낌! 뭐지?'

늘 속마음을 감추고 살았다. 그래야 된다고 믿었다.

너무 오랜 시간을 그렇게 살아서 새삼 마음을 열어보이는 것이 더 어색했다.

굳게 닫혀있던 마음의 빗장을 파도가 흔들면서 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속살을 다 드러내는 것 같아 부끄러워 숨기도 했다.

한꺼풀씩 가면이 벗겨지면서 나 자신조차도 몰랐던 진짜 내 모습을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의 낯선 모습에 당황스러웠지만 점점 오롯이 나로 설 수 있게 됨에 감사함이 몰려왔다.

나의 글쓰기 환상은 온전한 나와의 만남이다.

이 환상에 매료되어 한동안 열심히 글을 썼다. 아니 빗장이 한번 풀리니 안에서 쏟아져 나왔다.

요즘은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쏟아내기만 하느라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제는 먼 바다를 향해 나가고 싶다. '나'가 아닌 '당신'을 향한 이야기를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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