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더 맛있게, 더 싸게로는 이길 수 없습니다

살아남는 가게는 '더 잘하는' 가게가 아니라 '다른' 가게다. 단, 그 다름은 괴상함이 아니라 '작은 혁신'이다.

경쟁에서 이기려 할 때, 사장님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는 대개 하나다.

'더.'

더 맛있게, 더 친절하게, 더 푸짐하게, 더 싸게.

다 맞는 말 같다. 그런데 이 '더'의 길 끝에는 함정이 있다.

'더'로만 싸우면, 결국 가격 싸움에 끌려간다

시장은 1등이 장악한다.

한 카테고리에서 매출의 대부분은 1등에게 몰리고, 나머지 가게들이 남은 몫을 나눠 갖는다. 냉정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문제는, 남들과 똑같은 걸로 '더' 잘하려 하면 1등을 넘어서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2등, 3등끼리 남은 파이를 두고 소모전에 빠진다.

그 소모전의 이름이 바로 가격 싸움이다. 조금 더 싸게, 이벤트 한 번 더, 프로모션 더 세게. 이렇게 서로를 깎아내리다 보면 남는 게 없다.

'더'의 경쟁은, 끝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진짜 승부는 '더 나은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여기서 이기는 사람들은 방향을 바꾼다.

같은 기준 안에서 1등을 다투는 대신, 아예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노래 잘하는 사람 다섯이 모여 고음으로 겨루면 서열이 갈린다. 하지만 그중 한 명이 "나는 재즈를 하겠다"고 하면, 그 순간 새로운 판이 열리고 그 판에서는 그 사람이 1등이 된다.

더 잘하는 게 아니라, 다른 걸 선택한 것이다.

작은 브랜드일수록 이 전략이 맞다. 우리 같은 작은 가게는 주먹이 아니라 바늘로 싸워야 한다. 세게 때리는 게 아니라, 남들이 못 건드린 지점을 날카롭게 찌르는 것.

그런데 '다르게'만 하면, 오히려 망한다

여기서 대부분이 오해에 빠진다.

요즘 "무조건 달라야 한다"는 말에 꽂힌 사람이 정말 많다. 그래서 맥락은 보지 않고 그냥 남들과 다르게만 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냥 다르기만 한 건 세상에서 제일 쉽다.

이상하게 만들면 되니까.

메뉴판에 아무도 안 파는 괴상한 조합을 올리고, 인테리어를 정신없이 튀게 하고. 그건 다름이 아니라 그냥 이상함이다. 괴상한 다름은 손님을 끌어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쫓아낸다.

무조건 다르다고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 사장님 스스로 생각해봐도 그렇다. 우리가 뭔가를 산 이유는 '남달라서'였나, 아니면 '나에게 필요해서'였나.

진짜 다름은, 그냥 다른 게 아니다.

진짜 다름은 '창조'가 아니라 '편집'이다

세스 고딘은 '보랏빛 소'라는 책에서, 살아남는 건 눈에 띄는 다름을 가진 브랜드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말한 다름은 맹목적인 괴상함이 아니라,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작은 혁신'이었다.

이 작은 혁신의 정체는 창조가 아니라 편집이다.

스티브 잡스도 세상에 없던 걸 무에서 만들어낸 게 아니다.
이미 있던 컴퓨터를 개인용으로 편집했고,
이미 있던 MP3 플레이어를 아이팟으로 편집했고, 이미 있던 스마트폰을 아이폰으로 편집했다.

그러니 우리가 가져야 할 건 창조자의 관점이 아니라, 편집자의 관점이다.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기존의 것을 보며 딱 이 정도만 생각하는 것이다.

"다 좋은데, 이건 좀 불편하네."

"다 좋은데, 여기에 이것만 더하면 딱이겠다."

그 작은 불편, 그 작은 아쉬움을 찾아 살짝 비트는 것. 그게 손님이 원하는 딱 그만큼의 다름이다.

그리고 이왕 자를 거면, 콩알이 아니라 큰 피자를 잘라야 한다. 너무 작은 시장에서의 작은 혁신은 숫자로 남지 않는다. 큰 시장에서 작은 혁신을 해야, 그 다름이 진짜 매출이 된다.

나도 그렇게 내 자리를 만들었다

솔직히 이건 내가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마케팅 대행 시장에는 전술을 파는 회사가 넘친다. 상위노출 잡아드립니다, 플레이스 세팅해드립니다. 다들 그걸로 경쟁한다.

그런데 그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알게 됐다. 그런 전술적인 부분은 사실 하면 되는 것이고, 진짜 승부는 전략에서 갈린다는 걸. 이 가게가 왜 존재하는지, 무엇으로 기억될지. 그 사명과 방향을 잡는 일 말이다.

그런데 시장을 둘러보니, 전략에 초점을 맞춘 곳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남들과 같은 전술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 거기에 맛집 인플루언서의 감각과 직접 카메라를 잡는 촬영·편집, 그리고 대행을 한곳에 묶었다.

대단한 창조가 아니다. 기존 대행에서 비어 있던 자리를 편집해 채운, 작은 혁신이다.

더 잘하려 하지 말고, 다르게 편집하라

한때 나는 남들보다 더 잘하면 이긴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같은 걸로 '더' 잘하는 싸움은 결국 소모전으로 끝난다. 오래 살아남는 건 더 잘하는 가게가 아니라, 자기만의 기준을 세운 다른 가게다.

무작정 이상하게 구는 다름이 아니라, 시장을 품은 작은 혁신.

무에서 만들어내는 창조가 아니라, 기존의 불편을 찾아 비트는 편집.

작은 시장의 작은 다름이 아니라, 큰 시장에서의 날카로운 한 끗.

사장님, 지금 남들과 '더' 잘하려고 싸우고 있는가, 아니면 남들이 놓친 딱 한 지점을 찾고 있는가.

그 한 지점을 찾는 순간, 당신은 더 이상 가격 싸움에 끌려가지 않는다.

0
0

여기에 파일을 드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