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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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오서연 다이어트 칼럼

예민한 사람은 내 몸을 못 챙긴다

예민한 아이가 혼란스럽거나 감정을 억누르는 가정에서 자라면
그 아이가 가족 안에서 유독 모든 감정을 혼자 짊어지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해요.
다른 가족 구성원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고 넘어가는데, 예민한 아이만 그 긴장과 감정을 다 느끼고, 다 알아채고, 혼자 처리하려고 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내가 편해지는 것보다 이 분위기를 안 깨는 게 먼저"라는 습관이 어릴 때부터 자리를 잡아요. 이건 성격이 아니라 그 환경에서 살아남으려고 몸에 밴 방식이에요.

그리고 이게 어른이 돼서도 똑같이 반복돼요.
앞서 말씀드린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 깨기 싫어서 맞춰 먹는다", "남이 서운해할까 봐 내 기준을 양보한다" 이런 패턴,
이게 단순히 요즘 성격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훈련된 생존 방식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떤 분들은 "그냥 신경 쓰지 마세요"라는 말로는 잘 안 바뀌어요.
왜냐하면 그건 의식적인 선택이 아니라 오래된 반사에 가깝거든요.

여기서 나한테 쓰는 걸 사치라고 여기는 마음, 이것도 결국 같은 뿌리일 수 있어요.
어릴 때부터 내 욕구보다 주변 분위기, 다른 사람 감정을 먼저 살피는 게 당연했던 사람은, 커서도 나를 위해 뭔가를 쓰거나 챙기는 걸 자연스럽게 못 해요. 배고픔도, 피곤함도, 쉬고 싶다는 신호도, 다 뒤로 미루는 게 익숙하니까요.


"볼륨을 줄인다"는 표현이 있었어요.
트라우마 자체를 없애는 게 아니라, 그게 지금 내 반응에 미치는 영향력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거예요.
다이어트도 똑같다고 봐요. 갑자기 "이제부터 나를 최우선으로 챙기세요"라고 하면 오히려 부담스럽고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대신 아주 작은 것부터, 하루에 한 번 "이건 내가 원해서 하는 선택이다"라고 스스로 인식하는 연습부터 시작하는 게 맞아요. 오늘 하루 딱 한 끼만이라도 남 눈치 안 보고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어보는 것, 그 정도부터요.

이 패턴을 가진 분들한테 필요한 건 의지력을 더 짜내는 게 아니라,
"나는 왜 자꾸 나를 뒷전에 두지"를 이해하는 거예요.
그 이유를 알면, 자책 대신 다르게 접근할 수 있어요.
예민함 자체를 없앨 수는 없지만, 그 특성에 끌려다니지 않고 나름대로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
그 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건 배우자가 친구나 가족이랑 일주일을 보내고 싶다고 했을 때, 그걸 다 맞춰주는 게 아니라 "4일 정도면 괜찮다"고 자기 기준을 얘기하는 거요.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예민한 사람들한테는 꽤 어려운 일이거든요? 상대방이 서운해할까 봐, 갈등이 생길까 봐 그냥 다 맞춰주는 쪽으로 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는 회원님들 보면서 이 패턴을 정말 자주 봐요.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 깨기 싫어서 계획에 없던 음식을 먹는 것, 누가 권하면 거절 못 해서 계속 먹는 것, 모임에서 나만 다르게 먹으면 눈치 보일까 봐 그냥 맞춰서 먹는 것.
이거 전부 다 "남의 감정을 먼저 챙기고 내 몸은 나중"이라는 같은 구조예요.
예민한 사람일수록 이 패턴이 훨씬 강하게 나타나요. 상대방이 느낄 서운함이나 어색함을 미리 다 예측하고, 그걸 피하려고 자기 기준을 양보하는 거죠.


또 하나, 타인에 대한 과도한 동정심을 줄이는 연습.
누군가 눈에 햇빛이 비치는 걸 알아채도, 그 사람이 스스로 블라인드를 내리게 놔두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게 정말 핵심이에요. 남의 불편함을 내가 다 먼저 해결해줘야 한다고 느끼는 거, 이것도 예민한 사람들이 자주 겪는 부담이에요.
다이어트로 치면, 내가 식단 지키는 걸 보고 옆 사람이 불편해할까 봐, 혹은 나 혼자 다르게 먹는 게 신경 쓰여서 미리 알아서 맞춰버리는 거죠.
근데 사실 그 불편함은 상대방 몫이에요.
내가 대신 해결해줄 필요가 없어요.

예민한 사람한테 진짜 필요한 연습은 의지력이 아니라 경계예요.
"나는 오늘 이렇게 먹을 거예요"라고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상대가 서운해해도 그 감정까지 내가 책임지지 않는 것.
이게 훈련이 되면 회식이나 모임에서 무너지는 빈도가 확실히 줄어들어요.
내 몸을 챙기는 게 이기적인 게 아니라, 원래 내가 먼저 챙겨야 하는 몫이었던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