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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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오서연 다이어트 칼럼

예민한 사람에게 필요한 건 의지가 아니다.

전체 인구의 16% 정도가 예민한 성향이래요.
결코 소수의 특이 케이스가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흔한 특성이라는 거예요.

근데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아는 것"이에요.
예민하다는 걸 그냥 "나는 좀 별로다"로 끝내지 말고,
왜 그런 반응이 나오는지 이해하는 것 자체가 핵심이에요.

다이어트에서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하지"로 끝내는 사람과
"나는 왜 이 상황에서 이렇게 반응하지"를 이해하려는 사람은 결과가 완전히 달라져요.

생각해보면 이 두 문장은 방향 자체가 반대예요.
"의지가 약하다"는 건 나라는 사람 자체에 결함이 있다는 결론이거든요.
결함이라고 생각해버리면 고칠 방법이 없어요. 성격을 뜯어고칠 수는 없으니까요.

근데 "나는 왜 이 상황에서 이렇게 반응하지"는 나라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과 반응 사이의 연결고리를 보는 질문이에요. 연결고리는 찾을 수 있고, 찾으면 바꿀 수 있어요.
그래서 같은 폭식을 하고도 어떤 사람은 "역시 난 안 돼"로 끝나고,
어떤 사람은 "아, 나는 스트레스받으면 저녁에 이런 패턴이 나오는구나"로 끝나요. 후자만 다음이 있어요.

통제할 수 없는 소음에 유독 예민한 사람이 있다고 해봐요.
이런 분들은 돈을 벌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부터 사요.
자기가 뭐에 예민한지 정확히 알고 있으니까, 그 자극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거예요. 이게 제가 항상 말씀드리는 거랑 정확히 맞닿아 있어요.

삶이 복잡하고 자극이 통제 안 되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의지를 다잡아도 소용없어요.
의지는 매번 새로 꺼내 써야 하는 소모품 같은 거라서, 자극이 계속 들어오는 환경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닳아 없어져요. 반대로 내가 뭐에 예민한지 알고, 그걸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을 하나씩 만들어가면 그만큼 의지를 안 써도 되는 구간이 늘어나요.

다이어트로 예를 들면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에 항상 편의점 앞에서 흔들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한테 필요한 건 "참는 연습"이 아니라 "그 길로 안 지나가는 동선"이에요.
야식 생각이 밤 11시에 유독 강하게 드는 사람이라면, 그 시간에 참는 게 아니라 그 시간 전에 배가 덜 고프게 저녁 구성을 바꾸는 게 먼저예요.
알림이 오는 배달 앱 하나를 지우는 것도, 회식 자리 메뉴를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도 다 같은 원리예요.
식단표보다 먼저 필요한 건 "나는 어떤 상황에서 무너지는지"를 아는 거고,
그다음이 그 상황 자체를 통제 가능하게 만드는 거예요. 의지력 싸움을 아예 시작 안 해도 되게 만드는 거죠.

또 하나, 예민한 사람들이 잘 빠지는 함정이 있어요.
"다른 사람도 나만큼 예민하게 느낄 거다"라고 착각하는 거예요.
내가 신경 쓰는 부분을 상대방은 전혀 신경 안 쓰는데, 나는 당연히 상대도 나처럼 느낄 거라 생각하고 서운해하는 거죠.

마지막, "쟤는 저렇게 먹는데도 살이 안 찌던데 나는 왜"라는 비교요.
같은 회식 자리에서 똑같이 먹었는데 누구는 다음 날 그대로고 누구는 붓고 늘어요.
누구는 야식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은데 누구는 다음 날 컨디션까지 무너져요.
근데 그 사람과 나는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정도, 자극을 처리하는 방식, 소화 속도, 수면의 질, 호르몬 흐름까지 전부 다를 수 있어요. 겉으로 보이는 행동만 똑같을 뿐이지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거든요.
남과 비교하면서 자책하는 건, 애초에 서로 다른 신경계와 다른 몸을 가진 사람들을 같은 기준으로 놓고 보는 거예요.
그 비교에서는 절대 이길 수가 없어요. 기준 자체가 나한테 안 맞는 잣대니까요.


결국 이걸 다 정리해보면 예민함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다이어트에 접근하면 계속 의지 탓, 남과의 비교로 흘러가요.
그리고 그 끝은 항상 똑같아요.
"나는 역시 안 되나 보다"로 끝나고 그만두는 거예요.
근데 내가 뭐에 예민한지 알고,
그 자극을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남이 아니라 내 기준으로 판단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진짜 지속 가능한 변화가 시작돼요.
이건 의지가 강해지는 게 아니라, 애초에 의지를 쓸 일 자체가 줄어드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