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쌤
2주 전

예민함을 무시하려고 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예민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20% 정도예요. 그리고 이건 사람한테만 있는 특성이 아니에요.
새, 영장류, 설치류까지 100종 가까운 동물에서도 똑같이 나타나요.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주변 환경을 더 깊게 처리하는 개체가 어느 종에나 일정 비율로 존재한다는 거예요.
그만큼 예민함은 이상하거나 결함 있는 특성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신경계의 한 종류예요.

근데 예민한 사람이 자기 감각을 무감각하게 만들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우울증이나 불안, 심하면 약물 남용 같은 이차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예요. 예민함 자체가 문제가 아니에요.
그걸 억누르고 무시하려는 시도가 진짜 문제를 만들어요.

저는 최근 코칭하는 회원님들 보면서 이런 패턴을 많이 봤어요.
배고픔을 느껴도 무시하고,
스트레스를 느껴도 무시하고,
"그냥 참아야지"라면서 몸이 보내는 신호를 계속 억누르는 분들이요.
처음엔 의지로 버텨지는 것처럼 보여요. 며칠은 성공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근데 이게 오래가지 않아요. 신호를 계속 무시하다 보면 어느 순간 폭식으로 터지거나, 아예 다이어트 자체에 무기력해지거나, 음식과의 관계가 더 나빠지는 방향으로 가요.
억누른다고 신호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더 크게 터져 나오는 거예요.
참았던 배고픔은 늦은 밤 폭식으로, 억눌렀던 스트레스는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무시했던 피로는 운동을 아예 놓아버리는 걸로 돌아와요.

예민한 사람한테 진짜 필요한 건 무감각해지는 게 아니라, 자기 감도에 맞게 삶을 구성하는 거예요.
휴식 시간을 확보하고,
조용한 환경을 찾고,
혼자만의 시간으로 재충전하는 것.
이게 억지로 무디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지속 가능해요.

배고픔이나 식욕, 스트레스 반응을 억지로 무시하고 참는 방식으로는 오래 못 가요.
대신 그 신호가 왜 오는지 알아채고, 그에 맞게 하루를 설계하는 게 훨씬 오래 가요.
배가 고프면 왜 고픈지, 정말 에너지가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잠을 못 자서인지 아니면 그냥 지루해서인지.
먹고 싶은 마음이 들면 진짜 배고픔인지 아니면 스트레스나 허전함을 음식으로 채우려는 건지.
이걸 무시하지 않고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부터가 시작이에요.
신호를 없애려고 하지 말고, 신호를 읽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리고 예민한 사람들 중에 저 같이 공감 능력을 쓰는 직업에 유독 많다는 것도 사실이예요.
이건 예민함을 억누르지 않고 제대로 쓰면 오히려 강점이 되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는 뜻이거든요.
남들이 못 알아채는 미세한 변화를 알아채고, 남들이 흘려보내는 감정을 깊게 읽어내는 능력이니까요.

예민함을 억눌러야 할 대상으로 보면 평생 그 예민함과 싸우면서 살게 돼요.
근데 예민함을 내 몸을 가장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도구로 보기 시작하면 접근 자체가 달라져요.
남들보다 배고픔을 더 빨리 느낀다는 건, 남들보다 배부름도 더 빨리 느낄 수 있다는 뜻이에요.
스트레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건, 스트레스가 몸에 쌓이기 전에 더 빨리 알아챌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이 예민함을 억누르지 않고 정확하게 읽는 법을 익히는 것,
그게 저는 진짜 다이어트의 시작이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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