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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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동안 꿈을 잃어버린 줄 알았습니다.

저는 16년 동안 물리치료사로 일했습니다. 누군가의 몸을 회복시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제 삶은 달라졌습니다. 직장을 떠났고, 전업주부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자랐지만, 정작 저는 점점 작아졌습니다. 엄마로서는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양미희'라는 사람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꿈도 잃었고, 건강도 잃었습니다. 무엇보다 두려웠던 건 따로 있었습니다. '나는 이 세상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 채, 이렇게 의미 없이 살다가 죽는 것은 아닐까?' 그 두려움은 오랫동안 제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온라인 부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생각보다 잘했습니다. 물리치료사로 일할 때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기도 했습니다.

돈을 벌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수입은 일정하지 않았고, 매출이 떨어질 때마다 마음도 함께 무너졌습니다. 더 벌기 위해 더 많은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매출이 떨어지자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3년 동안 매주 촬영했습니다. 조회수도 잘 나왔고, 협업 제안도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하나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도 무언가 벽에 부딪힌 것 같았습니다. 유튜브를 더 잘하고 싶어서 강의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결국 배우는 건 돈을 더 잘 버는 방법이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유튜브를 하고, 유튜브를 잘하기 위해 강의를 듣고, 그렇게 다시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삶.

이런 삶이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저는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저에게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저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어떤 순간에 행복했는지, 어떤 일을 할 때 에너지가 생기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는지 하나씩 들여다봤습니다. 그러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서로 마음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 좋았고, 사람들이 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갔습니다. 사람들을 챙기고, 일정을 조율하고, 모임을 운영하고, 관계가 지속되도록 관리하는 일도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상했습니다. 저는 그 일을 이미 16년 동안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교회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지인들의 모임을 이어오면서 말입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저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연결하고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았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잘하는 일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내 꿈이 사라진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꿈이라고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었습니다.

저는 늘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지?'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의 크기도, 성공의 속도도 아니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가. 그것이 저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나를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일상도 달라졌습니다. 무너져 있던 생활을 하나씩 정리하고,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조금씩 에너지가 생겼습니다. 16년 동안 미뤄두었던 저를 위한 독서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아이들과의 관계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춘기 아이들과의 소통이 마냥 어려운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변화시키려고 애쓰기보다, 나 자신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나와 같은 아줌마들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게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아줌마들.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뒤로 미뤘던 아줌마들. 그렇게 열심히 키운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자, 어느 순간 대화조차 어려워진 그들. 아이들에게는 더 이상 예전처럼 필요한 사람이 아닌 것 같고, 사회로 돌아가려니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는 대한민국 아줌마들. 저는 그 마음을 압니다. 저 역시 그 시간을 지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엄마라는 역할 안에 가려져 있던 자기 자신을 다시 발견하도록.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고,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찾도록. 그리고 아이들과도 더 건강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3년 전, 저에게 유튜브 촬영은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매주 영상을 찍으면서도 왜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카메라 앞에 앉는 일이 행복합니다.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겪었던 막막함을 다른 누군가는 조금 덜 겪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오랫동안 자신을 잊고 살았던 들이 다시 자신의 이름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그 일을 직접 겪고 다시 회복된 사람만이 할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