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쌤
3시간 전

나름 잘 되는줄 알았다

필라테스 강사 9년 차, 회원들 몸 변화도 만들어왔고, 센터 운영 경력도 있으니까.
근데 마음 한구석에는 계속 걸리는 게 있었다.
내 말에 힘이 안 실린다는 느낌.
나는 주장만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느낌은 팀 안에서도 똑같이 이어졌다.
팀원들이 문제를 겪어도 말을 안 하고, 눈치 보고 창피해서 넘어간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문제없어 보이는데, 속으로는 계속 뭔가 어긋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밖으로 드러난 문제는 더 명확했다.
우리 팀은 기록이 없었다.
누가 뭘 진행하고 있는지, 어디서 막혔는지 아무도 정리하지 않았다.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사람이 있어도 아무도 짚지 않고 넘어갔고,
문제가 생겨도 공유가 안 되니까 실행은 점점 줄었고,
결국 후기 하나 쓸 거리도 남지 않는 상황까지 왔다.
팀은 굴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조금씩 흐트러지고 있었다.

솔직히 회의감도 있었다.
조장이라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
내가 뭘 어떻게 바꿔야 하지"라는 답이 안 나왔다.
사람 하나하나 붙잡고 다그친다고 될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두면 계속 이 상태로 굴러갈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화이팅하자며 말해봤지만 열심히 하자는 말로는 아무것도 안 바뀐다는 걸,
이번에는 확실히 느꼈다.

그러다 경성대표님과 미팅을 진행했고
신념에서 사명으로, 사명에서 원칙으로, 원칙에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들었고
지금까지 내가 놓치고 있던 게 뭔지 정확히 보였다.

우리에게 원칙은 있었다.
근데 그 원칙을 지켰는지 아닌지 측정할 기준이 없었다.
기준이 없으니 지켰다고도, 안 지켰다고도 말할 수 없는 애매한 상태로 계속 흘러간 거였다.
그리고 그 기준을 만드는 책임이 다른 누구도 아닌 조장인 나한테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그 순간이 선택의 지점이었다.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감으로, 분위기로 팀을 끌고 갈지,
아니면 측정 가능한 기준과 시스템으로 다시 짜서 갈지.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불편해도, 팀원 한 명 한 명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짚고 가는 쪽을 택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미팅 내용을 바탕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팀원들 개개인의 상황을 숨기지 않고 정리했고,
왜 우리가 이렇게 됐는지, 어떤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는지,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갈 건지까지..
예전 같으면 이런 얘기 꺼내기가 무서웠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이걸 안 하는 게 더 무섭다는 걸 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는,
문제를 감추던 조장에서 문제를 기준으로 바꾸는 조장으로 넘어가는 지점이다.
아직 다 증명된 건 아니다.
이제 팀이 이 시스템대로 실제로 움직이는 걸 봐야 진짜 승리라고 할 수 있을 거다.

그래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예전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지 않을까.
대표님과의 미팅으로 그 차이를 알고 행동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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