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1-1 에듀리스크의 민낯: 우리는 왜 학원 건물주를 부자로 만드는가?
01장: 대학 졸업장의 ROI가 폭락하는 시대
투자 시장에서 원금 회수가 불가능하고 기대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수렴하는 자산에 전 재산을 거는 투자자는 없습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를 ‘투자자’가 아니라 ‘도박꾼’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교육 시장에서는 매일같이 이 기괴한 도박이 벌어집니다. 이름만 ‘교육 투자’로 포장되었을 뿐, 실상은 기대수익률(ROI: Return on Investment) 계산조차 거치지 않은 맹목적인 자본 낭비입니다.
학부모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매달 수백만 원씩 쏟아붓는 사교육의 최종 종착지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소위 말하는 ‘인서울 중상위권 이상 4년제 대학 졸업장’입니다. 그렇다면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보겠습니다.
아이가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기까지 들어가는 직접 비용(유초중고 사교육비 누적 평균 1억 5천만~2억 원, 4년 등록금 및 자취/생활비 약 8,000만 원)은 최소 2억 5천만 원에서 3억 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부모의 라이딩 시간, 가계의 기회비용까지 더하면 투입 자본은 가볍게 3억 원을 넘어섭니다.
과거에는 이 투자가 유효했습니다. 1980~90년대만 해도 대학 진학률은 $30\%$ 안팎이었고, 4년제 졸업장 자체가 상위 일자리를 보장하는 독점적 라이선스였습니다. 투입된 자본 대비 사회에 진출해 벌어들이는 소득의 프리미엄(College Wage Premium)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고수익 자산이 맞았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대학 진학률은 $70%$를 웃돌며 졸업장은 희소성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대졸 초임 실질 임금 상승률은 수년째 물가상승률을 밑돌고 있으며,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의 발전은 전통적으로 대졸자가 도맡아 하던 사무직, 분석, 백오피스 일자리부터 빠르게 지워나가고 있습니다. 대학교에서 4년 동안 배운 지식의 유효기간은 사회에 나오기도 전에 만료됩니다.
결과적으로 대학 졸업장이라는 자산의 가치는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감가상각되고 있습니다. 3억 원을 투자해서 월 250만~300만 원짜리 초봉을 받는 구조, 그마저도 10년 뒤 고용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라면, 재무공학적으로 이 프로젝트의 순현재가치(NPV)는 명백한 마이너스입니다.
진짜 문제는 졸업장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닙니다.
부모들이 ‘대학 간판만 따면 아이의 인생이 풀릴 것’이라는 낡은 과거의 공식에 갇혀, 정작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세상과 맞설 실질적인 무기를 전혀 쥐어주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매달 학원비로 150만 원씩 지출하는 대신, 아이의 언어 습득 환경을 가정 내에 구축하고 그 비용을 복리 자산(S&P500 등)에 적립해 주었다면 어땠을까요?
아이가 20세가 되는 해, 한 손에는 원어민과 막힘없이 소통하는 실전 영어 능력과 AI를 도구로 다루는 문제해결력을, 다른 한 손에는 복리로 불어난 1억 원 이상의 종잣돈 계좌를 쥐게 됩니다.
간판만 있고 통장은 0원인 채 학자금 대출과 취업 경쟁에 내몰리는 20세와, 실질적인 글로벌 무기와 든든한 자본의 씨앗을 쥐고 세상에 도전하는 20세.
어느 쪽이 10년 뒤, 20년 뒤 더 높은 인생의 기댓값을 가질지는 통계를 전공하지 않아도 자명합니다.
우리는 지금 아이의 미래를 사는 것이 아니라, 부모 자신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학원 건물주의 월세를 내어주고 있습니다. 대학 졸업장이라는 허상에 쏟아붓는 자본의 출혈을 멈추고, 냉정하게 자녀의 자산과 환경을 재설계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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