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 칼럼 - 창조력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창조력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다만 그게 어디서 켜지는지 모를 뿐입니다.
그리고 AI 시대에는, 자기만의 창조력을 가진 사람만 살아남습니다.
코드는 AI가 짜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글도, 이미지도, 영상도, 분석도, 점점 AI가 더 잘 합니다. 그런데 무엇을 만들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어떤 문제를 풀지, 어떤 질문을 던질지, 어떤 방향으로 갈지 — 이 결정은 AI가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결정의 근원에는 그 사람만의 창조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게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자기만의 창조력을 알아차리고, 그것이 켜지는 환경을 갖도록 돕는 것. AI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에 만드는 것. 이게 제 사명입니다.
최근에 한 분과 1:1 미팅을 했습니다.
그분은 자신이 꽤 높은 창의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머릿속에 너무 많은 생각이 떠올라 손이 따라가지 못할 뿐, 머리로 생각을 잘 못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창조력이 높으신 건 알겠어요. 그런데 어떤 때 주로 그게 발동되던가요?"
그러자 그는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미용업을 시작하고 어느 시점부터 미친 듯이 부정적인 일들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함께 일하던 직원과 크게 트러블이 생긴 것을 시작으로, 일이 풀리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가지고 있던 물건들이 망가지고, 신고하지 않은 일로 공무원들이 직접 시찰을 나오기도 했습니다. 공무원의 시찰 — 이건 그를 알고 있는 누군가가 일부러 신고를 했다는 의미입니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배신감이 컸다고 합니다.
이 상황에서 그는 결심했습니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자."
호주에서 그는 한국에서 갈고닦은 미용 실력을 선보였고, 입소문을 타며 한 달에 3천에서 5천만 원을 벌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만족이 사라졌습니다. 전세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하고, 호주 생활이 맞지 않는 부분이 계속 발견되고, 영어조차 하기 싫을 만큼 번아웃이 왔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돈이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려면 다시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강의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호주에 도착해 자기 자신을 알렸던 방법, 즉 SNS 마케팅을 강의로 만들어 팔았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그 이후에도 몇 번의 번아웃이 그에게 신호를 보냈습니다. 이렇게 살다간 큰일난다 — 그런 느낌이 들 때마다, 그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가장 낯선 선택을 했습니다.
저는 그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창조력은 생존 신호가 들어올 때 켜지는군요."
그는 "아, 그런가요?" 하고 짧게 답했습니다. 저는 그 반응이 오히려 정직하다고 느꼈습니다. 자기 창조력이 어디서 오는지 스스로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냥 살다 보니 그렇게 됐고, 위기가 오면 또 어떻게든 됐고. 그 패턴을 의식적으로 들여다본 적이 없을 뿐입니다.
사실 저도 비슷합니다.
저는 8년 동안 데이터 엔지니어로 일했습니다. 광고 회사에서, 데이터를 다루는 일을 했습니다. 좋은 직급, 안정적인 월급, 누가 봐도 멀쩡한 커리어.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번아웃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무감각이 왔습니다. 주말도 주말 같지 않고, 내일이 두렵고, 이불 속으로만 숨고 싶은 시기. 회사 일은 멈출 수 없고, 그렇다고 그만둘 용기도 없는 상태로 몇 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다 한계점에 도달하는 순간이 옵니다. 이렇게 살다간 안 되겠다 — 내면에서 알람이 울리는 그 순간.
그때 저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선택을 했습니다.
회사 일을 하면서, 혼자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코드를 쓸 줄 안다는 게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그제야 발견했습니다. 트래픽 데이터를 분석하는 도구를 만들고, 광고 오디언스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SaaS를 만들고, 글을 쓰는 사람들을 위한 코딩 강의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디어는 인간이, 코드는 AI가 — 이 한 문장이 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이 모든 게 그 한계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번아웃이라는 신호가 켜지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도 회사에서 안전하게 무감각한 채로 살고 있었을 겁니다.
저의 창조력은 내면이 더 이상 못 버티겠다고 신호를 보낼 때 켜집니다. 그게 제 패턴이라는 걸, 저도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미용업을 하시는 그분과 저는,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그분은 외부의 위기 — 직원 트러블, 공무원 신고, 보증금 위기 — 에서 창조력이 켜졌습니다. 저는 내면의 한계점 — 무감각, 번아웃 — 에서 켜졌습니다. 작동 방식은 다르지만, 생존 신호에서 창조력이 켜진다는 패턴은 같습니다.
이건 저희 둘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1:1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기만의 창조력 패턴을 가진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누군가는 남에게 부족함이 들킬 것 같은 순간에 켜집니다. 누군가는 마음에 안 드는 것을 보았을 때 켜집니다. 누군가는 돈이 부족할 때 켜집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을 때 켜집니다.
다 다릅니다. 그런데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자기 창조력이 어디서 켜지는지 대부분 모릅니다.
그래서 위기가 와야만 발동되고, 위기가 지나면 잊힙니다. 평소에는 자기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합니다.
저는 이게 너무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이라도 자기 패턴을 의식하게 되면, 달라집니다.
위기가 와야만 켜지던 창조력을, 위기가 오기 전에 스스로 켤 수 있게 됩니다.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고 싶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리고 자기가 언제 켜지는지 아는 사람은 — AI 시대에 두려울 게 없습니다.
AI는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가져갑니다. 반복 작업, 정형화된 사고, 정답이 정해진 문제들. 그런데 AI가 절대 가져가지 못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그 사람만의 창조력이 켜지는 순간입니다. 그건 그 사람 안에서만, 그 사람만의 방식으로 일어납니다.
그래서 제가 만들고 싶은 건 환경입니다.
사람들이 자기 창조력의 작동 방식을 알아차리고, 그게 자주 켜지는 일상을 가질 수 있는 환경. 위기가 와야만 자기를 만나는 게 아니라, 평소에 자기 자신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
이게 제가 하는 일의 이유입니다.
자기만의 창조력을 가진 사람은, AI 시대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자기만의 창조력을 가진 사람은,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압니다.
자기만의 창조력을 가진 사람은, 자기 자신이 언제 켜지는지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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