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순간을 더 만들며 살고 싶다
어제 한강진에서 친한 동생 사진을 엄청 찍어줬다.
지금 군 복무 중인 동생인데,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한다. 자기 인스타그램도 좀 키워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같이 한강진에 갔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엄청 많이.
내가 사진을 엄청 잘 찍는 사람은 아니다. 전문적으로 뭔가를 해줄 수 있어서 나선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이 동생의 가능성을 믿었고, 하고 싶어 하는 걸 같이 해보고 싶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사진을 찍어주는 거니까, 일단 그걸 했다.


그런데 그 시간이 나한테 생각보다 너무 행복했다.
군 생활을 힘들어하던 동생이, 어제 나랑 같이 다니는 동안에는 되게 자유로워 보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행복해 보이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는 게 정말 행복했다.
사실 요즘 내가 어떤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진짜 반응하는 것은 뭔지, 어떤 순간에 가슴이 뛰는지. 사명문도 써보고, 고쳐보고, 계속 말로 정리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어제는 그 마음이 조금 느껴졌다.
아, 나는 이런 순간을 더 만들며 살고 싶구나.
아직 그 동생이 패션 디자이너가 된 것도 아니다. 인스타그램이 갑자기 커진 것도 아니고, 그걸로 돈을 벌게 된 것도 아니다.
그냥 같이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도 나는 너무 좋았다. 무언가를 이루기 전에도, 자기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해보는 그 시간이 사람을 이렇게 행복하게 할 수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내가 그 옆에 있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나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게 있는데도 용기가 없거나 여건이 안 돼서, 시도도 못 해보고 접어두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혼자서는 망설여진다면 같이 해보고, 당장 방법을 모르겠다면 함께 찾아보고 싶다. 내가 가진 게 엄청나지 않더라도, 지금 할 수 있는 것으로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
어제 나한테는 그게 사진을 찍어주는 일이었다.

더 나아가서는 그 가능성이 밥벌이로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자기 안에 있는 것을 충분히 펼치고,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정당한 대가를 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먹고사는 걱정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접어두지 않아도 되도록.
매일매일 고되게 버티기만 하는 삶보다, 눈빛에 생기가 있는 채로 자기 일을 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물론 어제의 시간이 꼭 거기까지 이어져야만 의미 있는 건 아니다. 그날 동생이 행복해 보였고,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행복했다. 그 시간 자체로 이미 좋았다.
다만 나는 그런 시간이 그 동생의 삶에 더 많아졌으면 하는 거다.
아직 내 사명을 완벽한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래도 어제 내가 어떤 순간에 행복한 사람인지는 조금 더 알게 됐다.
누군가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같이 한번 해보고, 그 사람이 조금 더 자유로워지는 모습을 보는 것.
나는 앞으로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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