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없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적어도 가짜로 살고 싶지는 않다.
오늘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 꽤 아픈 말을 들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사업이 아닌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중요하다고 믿는 가치를 따라 살고 싶고, 그 가치를 현실에 구현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만약 내가 학점도 높고, 좋은 스펙도 갖추고 있었다면 사실 취업을 원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지금 내가 사업과 사명을 말하는 것도 결국 기존의 기준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우월감을 느끼려고 방향을 튼 것 아니냐고.
솔직히 그 말들이 하나하나 가시처럼 박혔다.
그냥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넘길 수가 없었다. 그 안에 나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누군가 내 생각이 특별하다고 해주면 좋고,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다고 말해주면 좋다. 내가 평범한 길을 가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에서 은근히 우월감을 느낀 순간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내 사명이라는 말 안에도 그런 욕구가 단 한 방울도 섞여 있지 않다고 말한다면, 그게 오히려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서 아팠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처음 이 길로 들어선 이유가 완벽하게 순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앞으로 만들어갈 결과까지 모두 거짓이 되는 걸까?
어쩌면 내가 기존의 길에서 계속 잘 풀렸다면 지금과 다른 삶을 원했을 수도 있다. 사람은 실패한 자리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기도 하고, 결핍 때문에 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내가 왜 처음 이 길로 틀었느냐만은 아닐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지금 이 길에서 실제로 무엇을 만들어내고, 누구를 살리고, 어떤 책임을 지느냐다.
나는 그동안 현실성이 없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생각은 큰데 계획이 없고, 하고 싶은 것만 많고, 끝까지 만들어낸 결과는 부족하다는 말이었다.
이 말도 솔직히 아프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가치에 올인된 삶을 살고 싶다. 돈이나 안정만을 위해 사는 삶보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를 끝까지 붙잡고 사는 삶이 좋다. 그렇지만 현실에 닿지 못한 가치는 다른 사람을 살리지 못한다. 마음속에서만 거대한 사명은 결국 나를 특별하게 느끼게 해주는 자기 이미지로 끝날 수도 있다.
가치를 진짜 가치로 만드는 건 현실이다.
약속한 결과물을 끝내는 것. 돈을 받은 만큼 책임지는 것. 누군가의 문제가 실제로 해결됐는지 확인하는 것. 내가 돕고 싶다고 말한 사람이 정말 전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는지 보는 것.
그리고 오늘 나는 한 가지를 더 분명히 깨달았다.
그 현실을 계속 기록하고 밖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내 일을 일일이 설명하는 것이 조금 짜치게 느껴졌다. 내가 뭘 하려는 사람인지 구구절절 말하기보다 그냥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알아서 내 방향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보이지 않는 행동은 저절로 전달되지 않는다.
내가 왜 시작했는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어디서 실패했는지, 어떻게 고쳤는지, 그래서 누구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남기지 않으면 밖에서 보이는 나는 그냥 말만 큰 사람일 수도 있다.
기록은 나를 멋있게 포장하기 위한 장식이 아니었다.
내가 진짜 현실을 살아내고 있는지 다른 사람도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증거에 가까웠다. 동시에 내가 내 말에서 도망치지 못하게 만드는 책임이기도 했다.
물론 기록한다고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행동 없는 기록은 또 다른 연출일 뿐이다. 하지만 기록되지 않은 행동은 쌓이기 어렵고, 검증받기 어렵고, 다른 사람의 신뢰로 이어지기도 어렵다.
그러니까 내가 앞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행동과 기록이 계속 연결되는 구조인 것 같다.
크게 꿈꾸되, 약속은 작고 분명하게 잡는 것.
잡은 약속은 끝까지 닫는 것.
그 과정과 결과를 숨기지 않고 계속 남기는 것.
그리고 그 기록이 쌓이면, 내가 생각만 하는 사람인지 정말 살아내는 사람인지는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드러날 것이다.
나는 이제 내 동기가 완전히 순수하다고 증명하려고 하지 않으려 한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내 안에 있고,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도 어딘가에 있을 수 있다. 그걸 없다고 우기는 순간 오히려 나는 더 가짜가 된다.
대신 그 마음까지 들고 현실로 들어가려고 한다.
정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약속한 일을 완수했는지, 내가 말한 가치가 결과로 이어졌는지 계속 확인하면서 내 동기를 고쳐가려고 한다.
나 같은 사람이 성공하는 방법은 갑자기 세상이 말하는 현실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믿는 가치에 현실의 몸을 입히는 법을 배우는 것. 거대한 방향을 잃지 않으면서도 오늘 끝낼 수 있는 하나를 끝내는 것. 그리고 그 흔적을 계속 세상에 내놓는 것.
그게 내가 살아야 하는 방식인 것 같다.
이 글도 그 첫 기록 중 하나다.
오늘 나는 꽤 아팠다. 내 사명이라고 믿었던 것까지 의심하게 됐고, 내가 결국 현실에서 도망친 사람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현실성이 부족하면 현실성을 만들어가면 되고, 계획이 부족하면 다음 한 걸음부터 계획하면 된다. 하고 싶은 말만 많았다면 이제 하나씩 결과로 닫으면 된다.
뭐 어쩔 건데. 지금부터 살아내면 되는 것 아닌가.
나는 적어도 가짜로 살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내 사명을 더 크게 외치는 대신, 내가 믿는 것을 오늘의 행동으로 옮기고 그 결과를 계속 기록하려고 한다.
생각만 큰 사람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
내가 말한 삶을 진짜로 살아낸 사람이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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