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PD 칼럼] 나는 내 고객의 말을 믿지 않기로 했다

"대표님, 정말 괜찮으신가요?"

제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의외로

"괜찮습니다", "제가 할 수 있습니다",

"시간만 조금 더 주시면 됩니다"

라는 말들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저는 이 말을 듣는 순간, 마음속에 가장 큰 경고등을 켭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되뇝니다.

'오늘도 나는 고객의 말을 믿지 않기로 했다.'

이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오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7년간 물리치료사로서 수많은 환자를 마주하며 배운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통증에 익숙해진 환자는 자신의 몸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조금 뻐근할 뿐이에요" 라고 말하며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의 몸 상태를 확인해보면,

다들 어떻게 생활해오셨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임감이 강한 대표님일수록, 자신의 능력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보다 의지로 돌파하려 합니다.

하지만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이미 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는 과부하 상태이기 때문에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겁니다.

저는 고객의 말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상황과 지표를 읽어내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의지'라는 함정에 빠진 완벽주의자들

최근 제가 만난 한 대표님의 사례가 떠오릅니다.

그분은 뛰어난 역량을 가졌고, 본인만의 확고한 사업 철학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약속된 진행 사항이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을 때, 대표님은 여전히 "괜찮다,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말씀하셨죠.

하지만 다시 들여다보니 상황은 전혀 괜찮지 않았습니다.

이미 부하가 최대치를 찍기 직전이었고, 우선순위를 판별할 판단력조차 흐려져 있었습니다.

대표님은 스스로를 믿었지만, 대표님의 뇌는 이미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해야 할 역할은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대표님이 잠재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시스템적 부하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많은 대표님이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일이 안 된다고 자책합니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 능력을 담아내는 그릇, 즉 시스템에 균열이 생긴 겁니다.


아날로그와 루틴이 싫은 사람들, 그것은 '병'이 아니라 '성향'입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저는 루틴한 업무를 정말 싫어해요",

"저는 디지털 도구보다는 아날로그 방식이 편합니다"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많은 컨설턴트가 이를 고쳐야 할 문제로 규정하고 강제로 디지털 툴을 이식하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물리치료사가 환자의 체형에 맞춰 운동법을 처방하듯, 대표님의 성향에 맞춰 시스템을 설계해야 합니다.

루틴을 싫어하는 분들에게는 역설적으로 루틴을 고민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자동화가 필요합니다.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디지털의 편리함을 아날로그의 질감으로 느낄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필요할 뿐입니다.

문제는 아날로그 그 자체가 아닙니다.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느라 단순 반복 작업에 시간이 매몰되어,

정작 비즈니스의 본질인 전략과 철학을 고민할 시간을 뺏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대표님의 방식을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그 방식이 대표님의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도록, 밑단을 단단한 시스템으로 받쳐주고 싶을 뿐입니다.


마케팅, 운영, 재무의 삼각 균열을 찾아서

비즈니스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과부하는 마케팅(M), 운영(O), 재무(F)라는 세 축의 불균형에서 옵니다.

마케팅만 비대할 때.

고객은 몰려오지만 운영 시스템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대표님은 응대 지옥에 빠집니다.

운영만 비대할 때.

완벽한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정작 유입되는 고객이 없어 고정비만 지출됩니다.

재무적 관점이 부재할 때.

매출은 오르는 것 같은데 통장 잔고는 비어가는 이익의 누수 현상이 발생합니다.

제가 고객의 말을 100% 믿지 않는 이유는,

대표님들이 보통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의 목소리만 내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에 강한 분은 "마케팅은 문제없으니 다른 걸 도와달라"고 하시지만,

실제로는 마케팅 때문에 운영이 마비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는 비즈니스 전체를 해부하여 어디서 피가 새고 있는지, 어디가 부어올라 순환을 막고 있는지 진단합니다.


잠재력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짐'을 내려놓는 법

우리는 흔히 성장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성장을 위해 더 적은 짐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대표님의 잠재력은 이미 충분합니다. 지금까지 그 성취를 일궈온 것 자체가 그 증거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대표님의 달리기 속도를 높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대표님의 등에 지워진, 본인은 인지하지 못했던 짐을 알려드리고,

어렸을 때처럼 순수하게 운동장에서 뛰어놀듯 자신의 모든 걸 드러내게끔 해드리는 겁니다.

그 배낭 안에는

비효율적인 상담 프로세스,

정리되지 않은 고객 DB,

일일이 손으로 치고 있는 정산 내역 같은 것들이 들어있겠죠.

이 짐들을 내려놓는 순간, 대표님은 비로소 원래 가지고 있던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제가 추구하는 잠재력의 극대화입니다.


당신의 의지보다 당신의 행복을 더 믿고 있습니다

대표님의 뜨거운 의지는 100% 믿습니다.

하지만 대표님을 숨 가쁘게 만드는 상황만큼은 믿지 않기에, 저는 한 번 더 들여다봅니다.

그 고유한 방식을 존중하면서,

귀한 잠재력을 갉아먹는 무거운 짐들만 제가 슬쩍 대신 들어드릴게요.

저는 앞으로도 대표님의 "괜찮다"는 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예정입니다.

대신 대표님의 퇴근 시간이 빨라졌는지,

고객을 대할 때 다시 설렘을 느끼는지,

비즈니스의 지표가 건강하게 우상향하고 있는지를 더 유심히 살피겠습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지려 하지 마세요.

때로는 전문가의 눈에 비친 진실된 상황을 마주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 됩니다.

대표님의 비즈니스가 다시 건강하게 숨 쉬고,

그 에너지가 세상에 선한 영향력으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제가 곁에서 함께 걷겠습니다.


몽PD | 비즈니스 아나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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