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PD 칼럼] 꽉 막힌 나를 풀어내는 중입니다 : 트렌드를 찾다가 나를 돌아봤습니다
트렌드를 잘 읽는 게 중요할까?
마케팅 기획을 잘하는 게 중요할까?
요즘 이런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무엇을 더 알아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계속 찾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대화를 나누다 보니,
질문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나는 왜 그 방향으로 가려고 하지?”
트렌드도 기획도 중요합니다.
다만 지금 제게는 그보다 먼저 살펴볼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들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나’였습니다.
저는 그동안 전문직을 돕는 사람이라고 저를 설명했습니다.
물리치료사로 일했던 경험이 있었고,
실력 있는 사람이 제값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문직이라는 대상은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단어 안에서만 저를 설명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도,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전문직을 돕는 사업과 연결하려고 했습니다.
오늘은 거기에서 멈춰봤습니다.
“내가 함께하고 싶은 이유는 그 사람의 직함 때문일까?”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도,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은 다를 수 있습니다.
자기 방식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의견을 듣고 함께 바꿔보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대로 전문직이라는 이름이 없어도,
자신의 일을 깊이 고민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려는 사람은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마음을 두는 것은
직업의 이름만은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태도로 일하는지도 중요했습니다.
전문직을 대상으로 일할 수는 있습니다.
그 분야에서 제 경험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저라는 사람 전체를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사업에서 누구를 도울지와,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연결되면서도 다른 질문이었습니다.
AI에 대한 생각도 여기에서 이어졌습니다.
저는 앞으로 AI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전문직이라는 이름이 지금과 같은 의미를 가질지 궁금해졌습니다.
지금 높게 평가받는 지식과 기술의 일부를
더 많은 사람이 쉽게 활용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그때도 직함과 결과물만으로
그 사람의 가치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저는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더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같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지?”
“나는 이 사람의 방식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가?”
전문직이 사라진다거나,
실력이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단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무엇이 얼마나 달라질지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저는 실력과 수익만으로 사람을 바라보던 기준에서,
그 사람이 가진 가치관과 세계관까지 더 깊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여기서 세계관은 거창한 철학을 뜻하지 않습니다.
고객의 불안을 어디까지 자극할 것인지.
더 벌 수 있어도 어떤 일은 하지 않을 것인지.
의견이 다를 때 상대의 말을 어떻게 들을 것인지.
이런 선택에 그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담긴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기술을 가지고도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는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그 차이가
함께할 사람을 선택하는 데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저에게도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지?”
사실 얼마 전까지도 저는
저를 설명할 동사를 찾고 있었습니다.
‘번역하다.’
‘깨닫게 하다.’
어떤 단어가 저와 맞는지 계속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단어를 정해놓고 경험을 맞추려 하니,
오히려 저를 설명하기 어려워지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경험부터 돌아보려고 합니다.
고등학교 때 아이들을 가르쳤던 일.
물리치료사로 일하면서 상대의 말을 듣고 설명했던 일.
그때 저는 무엇이 좋았을까요?
지금 기억나는 것은,
제 설명을 듣고 상대가 자기 문제를 이해했을 때의 즐거움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저를 전부 설명하려 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혼자 있을 때 좋아했던 일도 있을 것이고,
잘했지만 계속하고 싶지 않았던 일도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칭찬해준 모습과,
제가 좋아했던 제 모습이 달랐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장면들을 하나씩 살펴보려고 합니다.
어릴 때의 저만 진짜이고,
지금의 저는 잘못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살면서 새롭게 좋아하게 된 것도 저의 일부입니다.
예전에는 중요했지만 지금은 내려놓고 싶은 것도 있을 것입니다.
과거를 돌아보는 이유는,
평생 따라야 할 정답을 찾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앞으로 무엇을 이어가고,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알아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오늘 또 하나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세계관이 돈이 된다니까,
내 세계관도 빨리 만들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저는 다시 같은 자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전문직이라는 기준에 맞췄다면,
이번에는 세계관이라는 새로운 기준에 저를 맞추는 셈입니다.
저를 알아가는 일까지
다음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숙제로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당장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제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알아볼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관심사가 사업 아이템이 될 필요도 없고,
마음이 맞는 모든 사람이 고객이 될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저를 살펴볼 수 있는 범위가 조금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 대화로 모든 것이 정리된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답을 빨리 정하고 싶고,
좋은 표현을 찾으면 그 안에 저를 넣고 싶어집니다.
다만 이제는 한 번 더 물어보려고 합니다.
“이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걸까?”
“중요하다고 들었기 때문에 붙잡고 있는 걸까?”
트렌드를 보고 기획하는 일은 계속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제 기준도 함께 확인하려고 합니다.
누구와 일하고 싶은지,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돌아보면서요.
저는 아직 꽉 막힌 저를 풀어내는 중입니다.
오늘은 저를 설명할 답을 하나 더 붙이기보다,
저를 가두고 있던 기준 하나를 느슨하게 해봤습니다.
비즈리핏 | 몽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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