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준
2시간 전•

나와 일할 때는 못하던 직원이, 다른 회사에서는 잘하는 이유

“그 사람, 거기서는 일을 잘한다더라.”

나와 일할 때는 답답했던 사람이 다른 회사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왜 나와 일할 때는 그렇게 못했을까?
그때는 의욕이 없었던 걸까?
다른 회사에서는 무슨 일이 달라진 걸까?

저도 함께 일할 때는 어려움을 겪다가, 다른 회사에서 잘된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옮긴 회사의 업무가 더 잘 맞았을 수도 있고, 그동안 경험이 쌓였을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다면 리더 자신에게도 질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일을 잘할 수 있는 기준을 줬을까?”

직원의 능력을 의심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부터 살펴보는 것입니다.

“조금 더 신경 써주세요.”
“주도적으로 해주세요.”
“이 정도는 알아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리더는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직원은 이 말을 듣고도 무엇을 바꿔야 할지 모를 수 있습니다.

어느 부분에 신경을 더 써야 하는지, 어디까지 스스로 결정해도 되는지, 무엇이 충족되면 일을 잘했다고 보는지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명료성입니다.

명료성은 내가 원하는 결과와 그 이유, 판단 기준을 다른 사람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분명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말을 길게 하거나 자신 있게 말하는 것만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리더 자신이 그 일을 충분히 생각해봤는지가 먼저입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


끝났을 때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무엇을 충족해야 잘했다고 판단할 것인가?
여러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렵다면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일을 맡기면, 직원은 리더가 정리하지 않은 생각까지 추측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생각의 외주화라고 보고 싶습니다.

조언을 구하거나 직원에게 기획을 맡기는 것과는 다릅니다. 혼자 모든 답을 찾는 것이 리더의 역할도 아닙니다.

직원이 더 전문적인 분야라면 판단을 맡길 수 있습니다. 목표가 불분명하다면 함께 탐색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무엇을 탐색하는지, 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제안을 어떤 기준으로 검토할지는 정해야 합니다.

문제는 자기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를 ‘직원의 자율성’이라고 부르면서,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원의 능력을 탓하는 것입니다.

“일단 한번 해보세요. 보면 알 것 같아요.”

탐색이 필요한 일에서는 이렇게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대신 첫 결과물은 방향을 정하기 위한 초안이라고 합의해야 합니다. 초안을 보며 기준을 찾는 과정과, 이미 합의한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과정은 다릅니다.

아직 정하지 않은 정답을 직원이 맞히지 못했다고 일을 못한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콘텐츠 제작을 맡기는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리더는 “우리 전문성이 잘 드러나는 영상으로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합니다.

직원은 전문용어와 자세한 설명을 담습니다. 그런데 결과물을 본 리더는 너무 어렵다고 합니다. 쉽게 바꾸면 이번에는 깊이가 없다고 합니다. 짧게 만들면 내용이 부족하고, 길게 만들면 지루하다고 합니다.

각각의 지적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 무엇을 이해시키려는 영상인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 기준이 없다면 수정 방향은 계속 바뀝니다.

직원은 좋은 영상을 만드는 기준보다 상사의 반응을 먼저 살피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 때 리더는 “왜 저 사람은 자기 생각이 없을까?”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제안할 때마다 기준이 달라졌다면, 직원이 결정을 피하게 된 배경도 봐야 합니다.

명료성이 부족하면 그 빈자리를 리더의 기분과 취향이 채우기 쉽습니다.

어제는 빠르게 하라고 했는데 오늘은 왜 꼼꼼하게 보지 않았느냐고 합니다. 확인을 요청하면 알아서 하라고 하고, 알아서 진행하면 왜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합니다.

상황이 바뀌어 기준을 바꿀 수는 있습니다. 그때는 무엇이 달라졌고, 그래서 어떤 기준이 바뀌었는지 알려줘야 합니다.

설명 없이 달라진 기준으로 지난 결과를 평가하면 직원은 다음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너는 일을 진짜 못한다”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말에는 고쳐야 할 행동이 없습니다. 무엇이 부족했고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그 직원의 흉을 보는 것으로는 업무 기준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리더가 평가해야 할 것은 합의한 결과와 실제 결과 사이의 차이입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번 영상은 초보 고객이 선택 기준을 이해하도록 만들기로 했는데, 설명 없이 전문용어가 나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일상적인 사례로 바꿔봅시다.”

무엇을 위해 만든 것인지, 어디가 그 목적에 미치지 못하는지, 어떻게 수정할지가 연결됩니다.

좋은 점을 말할 때도 같습니다. “이번에는 마음에 드네요”에서 끝내기보다 어떤 판단이 좋았는지 알려줘야 직원도 그 방식을 다음 업무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리더는 어떻게 명료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요?

첫째, 원하는 것을 형용사에서 결과로 바꿔봐야 합니다.

‘좋게’, ‘고급스럽게’, ‘주도적으로’라는 말을 적었다면 한 번 더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게 실제로 어떤 상태라는 뜻이지?”

영상이라면 고객이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지, 보고서라면 읽는 사람이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하는지 적어봅니다.

예를 들어 “문의가 늘어나는 콘텐츠”라고만 말하면 직원이 통제하기 어려운 결과까지 한꺼번에 요구하게 됩니다.

이번 작업에서 직접 확인할 조건은 따로 정해야 합니다. 대상 고객의 질문에 답했는지, 서비스 범위를 정확히 설명했는지, 다음 행동을 알 수 있는지처럼 말입니다.


둘째, 서로 충돌하는 요구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빠르게 만들면서 완성도도 높고 비용도 적게 들기를 바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정과 자원 안에서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 옵니다.

그때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조정할 수 있는지 정해줘야 합니다. 모두 중요하다고만 말하면 실제 선택의 부담은 직원에게 넘어갑니다.


셋째, 기준과 취향을 구분해야 합니다.

사실이 정확해야 한다는 것은 지켜야 할 기준입니다. 어떤 색이 더 마음에 든다는 것은 취향일 수 있습니다.

취향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 미리 공유하면 됩니다. 다만 뒤늦게 떠오른 개인 취향을 처음부터 당연했던 정답처럼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넷째, 직원에게 주는 권한과 필요한 자원을 함께 정해야 합니다.

결과에 책임지라고 하면서 결정은 전부 리더가 한다면 주도성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혼자 결정해도 되는 범위, 상의해야 하는 상황,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자료를 알려줘야 합니다.

명료한 기준은 모든 행동을 지시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직원이 기준 안에서 자기 전문성을 쓸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다섯째, 전달했다고 끝내지 말고 이해가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알겠죠?”라고 묻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번 일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하나요?”라고 물어보면 서로 다르게 이해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직원이 계획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리더 자신의 생각이 모호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직원을 탓하기보다 기준을 함께 정리하면 됩니다.

직원이 되묻는 것이 명료성이 부족하다는 증거도 아닙니다. 질문을 통해 더 나은 기준을 만들 수 있습니다. 리더가 놓친 조건을 직원이 먼저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명료한 리더는 항상 정답을 아는 사람일 필요가 없습니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아직 모르는지 구분하고, 결정한 것과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판단이 바뀌었다면 그 이유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직원도 상사의 속마음을 맞히는 데 쓰던 힘을 업무에 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명료한 기준만으로 모든 성과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실제 역량이나 역할의 적합성, 인력과 시간의 부족도 살펴봐야 합니다.

다만 기준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능력이 없다고 평가하면, 무엇이 문제였는지조차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나와 일할 때는 못하던 직원이 다른 회사에서 잘한다면, 그곳에서는 목표와 권한이 더 분명했을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람이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가진 능력을 사용할 조건이 달라졌을 수 있는 것입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일을 나눠주는 권한과 함께,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분명히 할 책임을 갖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왜 이것도 제대로 못할까?”라는 말이 나오려 한다면, 먼저 자신에게 물어보셨으면 합니다.

나는 잘했다는 기준을 미리 설명했는가?
그 기준을 지킬 권한과 여건을 줬는가?


지금 지적하는 것은 합의한 기준인가, 결과물을 보고 뒤늦게 생긴 내 기대인가?

직원에게 더 잘 생각하라고 요구하기 전에, 리더가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만드는 것.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출발점은 그 질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리핏 | 몽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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