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준
1시간 전•

환자 때문에 지친다면, 더 참기 전에 일하는 환경부터 보세요

예약표에서 특정 환자의 이름을 보는 순간부터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습니다.

아직 만나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설명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고, 원하는 것을 들어줘도 다른 불만이 나올 것 같습니다.

같은 시간을 일해도 유독 힘이 드는 관계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쉽게 말합니다.

“그 환자, 진상이야.”

저는 물리치료사로 7년 동안 일하면서 이 말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다른 치료사들이 어렵다고 이야기했던 환자들이, 저에게는 꼭 그런 환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을 만나고 나면 주변에서 이런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 만나고 나서 환자분이 순해진 것 같아요.”
“뭔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는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분들이 불편해하던 문제를 제대로 다뤘고, 그 과정에서 저와의 관계가 달라진 것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부하율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내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느냐와 함께,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지도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글에서 부하율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여력에 비해 떠안은 일과 부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수의 환자를 만나더라도 부하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관계도 있고, 만날 때마다 서로 다른 기대를 조정하는 데 많은 힘을 써야 하는 관계도 있으니까요.

“결국 환자에게 다 맞춰준 것 아닌가요?”

제 경험을 이야기하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분들이 요구하는 대로 모두 맞춰준 적이 없습니다. 제가 집중한 것은 그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었습니다.

요구를 전부 들어주는 것과, 상대가 겪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은 다릅니다.

그 자리에서 불만을 잠깐 가라앉히는 데서 끝나면, 다음에 만났을 때도 같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불편했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제게 중요한 것은 그분이 무엇 때문에 불편해하는지,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였습니다. 제가 만났던 환자들 중에는 그 문제가 해결되면서 이전과 다른 관계를 맺게 된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누군가에게 까다로웠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 전체를 ‘진상’이라고 판단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을 수 있습니다. 설명하는 방식이나 서로 기대하는 것이 맞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 어려웠던 관계가 다른 사람에게도 반드시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물론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전부 치료사 책임이라는 뜻도 아닙니다. 모든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사람에게 이름표를 붙이기 전에, 우리 사이에서 무엇이 어긋나고 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저와 모든 환자가 잘 맞았던 것은 아닙니다.

“다른 건 됐고, 마사지만 해주세요.”
“그냥 대충 해주고 끝내주세요.”

이렇게 원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원한 방식과 제가 제공하려는 방식은 달랐습니다. 저는 그런 관계까지 계속 이어가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분들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닙니다. 그분이 원하는 것과 제가 하려는 일이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나와 맞지 않는다는 말은 상대방의 인격을 평가하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함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질문이 많은 환자라도 충분히 잘 맞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불만을 강하게 표현했던 분과도 좋은 관계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조용하고 요구가 적더라도, 기대하는 서비스 자체가 다르면 함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꿈의 고객’은 아무 말 없이 따르고, 불만도 없고, 돈만 잘 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가지고 있고, 내가 제공하는 방식의 의미를 이해하며, 서로 필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처음부터 그런 관계가 완성돼 오는 것도 아닙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실제로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서로 맞는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병원에서도 처음에는 제 방식에 대해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매출을 만들어내면서 그런 이야기는 사라졌습니다. 제 경우에는 기존 고객들만으로도 충분히 매출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경험이 모든 병원에서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게는 모든 사람의 요구를 받아들여야만 일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경험이었습니다.

내가 잘 도울 수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쌓는 방식도 가능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환경의 중요성이 드러납니다.

우리는 환경을 바꾼다고 하면 장소를 옮기거나, 시설을 바꾸거나, 더 좋은 장비를 들이는 것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하루 동안 누구를 만나고, 그 사람들과 어떤 기대를 주고받는지도 일하는 환경입니다.

만날 때마다 원하는 것이 다르고, 설명할 때마다 같은 지점에서 부딪히고, 내가 지키려는 방식을 계속 포기해야 한다면 그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많은 힘이 듭니다.

업무 자체에 필요한 힘에 더해, 기대를 조정하고 감정을 수습하는 힘까지 계속 쓰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자신에게 “내가 더 친절해야지”, “내가 더 참아야지”라는 말만 반복하면, 환경에서 생기는 부담을 개인의 인내심으로 전부 감당하게 됩니다.

반대로 서로 무엇을 위해 만나는지 알고, 어떤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 이해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질문이나 의견 차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차이가 생겼을 때 돌아올 공통의 기준이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래서 병원의 마케팅도 누구를 데려오고 있는지까지 살펴봐야 합니다.

광고에서는 짧고 간편한 경험을 기대하게 해놓고,

실제로는 충분한 상담과 지속적인 참여가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어떨까요?

환자는 자신이 예상한 것과 다르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직원은 왜 이 과정이 필요한지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환자도 직원도 지칩니다.

처음에 무엇을 약속했는지가 실제 현장의 부하율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콘텐츠에서 우리가 주로 다루는 문제,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정, 제공할 수 있는 도움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면 환자가 자신의 기대와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설명은 함께할 수 있는지를 서로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병원이라면 예약 전 안내와 상담에서 기대를 확인할 접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환자가 어떤 도움을 원하는지 듣고, 실제 제공하는 과정이 무엇인지 알리는 것입니다. 예약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서로 같은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다고 가정하지 않는 겁니다.

물론 안내를 잘했다고 모든 갈등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실제 경험이 안내와 다를 수도 있고, 환자의 상황과 기대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후에 나오는 불만도 계속 들어야 합니다.

‘우리와 안 맞는 사람’이라는 말로 개선해야 할 문제까지 덮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먼저 우리가 약속한 것을 제대로 제공했는지 확인하고, 설명이 부족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그다음에도 원하는 목표와 방식이 다르다면 그 차이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AI에게 자신에게 맞는 의사를 물어보는 환자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 지역에서 유명한 병원이 어디야?”라는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내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이런 문제를 주로 다루는 의사를 찾고 싶어”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AI를 통해 웹의 정보를 찾아보고 비교하는 일은 이미 가능합니다. 다만 AI의 답변이 의사의 실제 진료 역량을 검증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AI도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으므로, 추천됐다는 사실만으로 실력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AI 답변과 생성형 검색에 잘 노출되도록 하는 AEO·GEO에 능숙한 병원도 생길 것입니다. 자신의 전문성을 사람들이 찾을 수 있게 알리는 일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검색에서 선택받은 뒤에는 환자가 실제로 병원을 경험합니다.

알려진 전문성과 실제 설명이 맞는지,

자신이 겪는 문제를 충분히 살펴보는지,

가능한 도움과 한계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지를 마주하게 됩니다.

노출을 통해 만들어진 기대를 실제 경험이 받쳐주지 못하면, 오히려 실망과 갈등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실력을 보여주는 일과 실제로 그 실력을 발휘하는 일을 더욱 긴밀하게 연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한다’는 표현을 반복하기보다 어떤 문제를 주로 다루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며, 어디까지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 진료에서도 그 설명과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이것은 앞서 이야기한 환경과 부하율에도 연결됩니다.

AI를 통해 많은 환자가 찾아와도, 그분들이 기대하는 것과 우리 병원이 제공하는 것이 다르면 현장의 부담은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문성과 진료 방식이 분명히 전달되면, 그 방식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자신에게 맞는 곳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AI가 발전하면 실력 있는 의사만 자동으로 남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오래 신뢰받고 싶다면, 검색에서 발견될 이유와 실제 환자가 신뢰할 이유를 함께 갖춰야 합니다.

환자의 문제를 제대로 다루는 실력,

그 실력을 정확하게 알리는 콘텐츠,

알린 내용을 지키는 경험이 함께 쌓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런 과정을 통해 저와 맞는 고객들을 만나며 일해왔습니다. 그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재미있었고, 서로의 기대가 맞으니 관계를 유지하는 데 드는 불필요한 소모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맞는 사람과 일한다고 피로가 전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일을 하며 느끼는 보람보다 관계에서 버티는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면, 그 환경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습니다. 내가 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도울 것인지, 그 방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인지가 분명해질수록 일하는 환경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 환자를 만나는 일이 버겁다면,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자신을 몰아붙이기 전에 돌아보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어떤 기대를 가진 환자를 모으고 있을까요?

그 기대와 실제 제공하는 경험은 얼마나 맞아 있을까요?

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있을까요, 그날의 불만을 넘기는 데만 힘을 쓰고 있을까요?

그리고 나는 누구의 문제를 해결할 때,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까요?

부하율을 낮추는 과정에는 일의 양을 조정하는 것과 함께, 내가 힘을 쓸 관계와 방식을 알아가는 일도 포함됩니다.

더 오래 참는 사람이 되는 것만큼, 서로 잘 도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비즈리핏 | 몽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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