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꽉 채워 사는데, 왜 삶은 더 버거워질까요?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움직였습니다.
고객에게 답하고, 맡은 일을 처리하고, 틈이 나면 공부합니다.
저녁에는 미뤄둔 강의를 듣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새로운 도구를 배우고 새로운 사업도 시작한다는데, 나만 멈춰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잠들기 전 떠오르는 것은 오늘 해낸 일보다 아직 못 한 일입니다.
“이것도 해야 하는데.”
“저것도 놓치면 안 되는데.”
“내가 시간을 더 잘 써야 하나?”
그래서 내일 일정에 또 하나를 넣습니다. 이렇게 하루는 더 촘촘해지는데, 정작 중요한 일은 계속 뒤로 밀립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해도 괜찮은지 생각할 시간은 좀처럼 생기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시간 관리 방법을 하나 더 배우기 전에 살펴볼 것이 있습니다.
지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너무 많은 일을 떠안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글에서는 이것을 ‘부하율’이라는 말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여기서 부하율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여력에 비해 얼마나 많은 일과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지를 뜻합니다.
정확한 숫자로 측정하는 지표는 아닙니다. 일정표의 빈칸만 보고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끝내지 못한 결정, 거절하지 못한 부탁, 계속 신경 쓰이는 관계와 걱정까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저도 물리치료사로 일하면서 사업을 하고, 주식 공부와 여러 강의를 병행했습니다. 각각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붙잡고 있으니 시간과 집중력이 여러 곳으로 나뉘었습니다.
하나하나가 좋은 일이어도, 지금 내가 모두 감당할 수 있는지는 따로 봐야 했습니다.
부하율이 너무 높으면 안 되는 첫 번째 이유는, 작은 변수 하나를 받아낼 여유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해를 위해 한 대표님의 하루를 가정해보겠습니다.
오전에는 고객 상담, 오후에는 작업, 저녁에는 공부가 잡혀 있습니다. 계획대로만 흘러가면 모두 끝낼 수 있는 일정입니다.
그런데 상담이 길어지고, 기존 고객에게 수정 요청이 들어옵니다. 직원이 확인을 요청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까지 생깁니다.
이 일을 처리할 시간은 따로 없습니다.
결국 원래 하려던 일이 밀리거나, 쉬려고 했던 시간을 쓰게 됩니다.
하루 정도는 그렇게 넘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같은 방식으로 버티면, 어제 밀린 일이 오늘 일정 위에 계속 쌓입니다. 쉬는 날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잠깐 멈추는 동안 일이 더 쌓일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일정을 전부 채워놓으면 모든 일이 예상대로 진행돼야만 하루를 마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과 함께하고 사람들과 일하는 하루에는 변수가 생깁니다. 그 변수를 받아낼 공간까지 일정에 포함해야 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중요한 판단보다 당장 밀린 일을 끝내는 데 매달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앞의 대표님에게 유독 수정이 잦은 서비스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제대로 살펴보려면 고객에게 약속한 범위, 처음 받은 자료, 작업 중 확인 절차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일정이 꽉 차 있습니다.
“일단 이번 것부터 끝내고 나중에 정리하자.”
그렇게 이번 요청을 처리합니다. 다음 고객에게도 비슷한 문제가 생기지만, 그때도 시간이 없어 같은 방식으로 넘깁니다.
일을 줄일 수 있는 검토는 계속 미뤄지고, 그 검토를 미룬 탓에 같은 일이 다시 생기는 겁니다.
이때 필요한 시간을 단순한 빈 시간으로 보면 안 됩니다. 내가 반복해서 겪는 문제를 살펴보고, 무엇을 바꿀지 결정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당장의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만 남겨두면, 앞으로의 업무를 바꿀 시간은 사라집니다.
세 번째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돌아보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여유가 생기면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합니다.
어떤 고객과 일하고 싶은지. 어떤 일은 계속하고, 어떤 일은 그만둘지. 돈을 버는 과정에서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그런데 눈앞에 밀린 일이 가득하면 이런 질문은 급하지 않은 일로 밀려납니다. 오늘 답해야 할 연락과 내일까지 끝내야 할 작업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 내가 선택한 방향보다 이미 맡은 일들이 내 생활을 결정하게 될 수 있습니다.
사명과 원칙을 세우자는 말도 이 상태에서는 또 하나의 숙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나를 돌아볼 여력조차 부족한데, 더 깊이 생각하라는 요구가 하나 늘어난 셈이니까요.
그래서 부하율을 정리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방향을 살펴볼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을 먼저 마련하는 겁니다. 모든 일을 끝낸 뒤에야 나를 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시간은 계속 뒤로 밀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를 더 봐야 합니다.
왜 우리는 이미 버거운데도 새로운 일을 추가할까요?
물론 생계를 위해서, 맡은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모든 부담을 개인의 선택이나 마음가짐 탓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조정할 수 있는 일 중에는 불안을 달래기 위해 붙잡고 있는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거절하면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다른 사람은 앞서가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생기면 괜히 불안해서.
이 마음을 살피지 않으면 일을 줄여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채우게 됩니다. 강의 하나를 끝내자마자 새 강의를 신청하고, 프로젝트가 끝나자마자 감당할 수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다음 일을 받습니다.
그래서 부하율을 낮추려면 일정 정리와 함께 질문이 필요합니다.
“이 일은 지금 내게 필요해서 선택한 걸까,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선택한 걸까?”
답이 한쪽으로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돈도 필요하고, 인정도 받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 마음을 알아야 다음 요청이 왔을 때 같은 선택을 자동으로 반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줄여야 할까요?
먼저 지금 붙잡고 있는 일을 한 번 꺼내놓아보셨으면 합니다. 실제로 하고 있는 일뿐 아니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마음에 남겨둔 일도 적어봅니다.
그다음 각각을 살펴봅니다.
지금 반드시 지켜야 하는 책임인가?
이번에는 범위를 줄여도 되는가?
시기를 미루거나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가?
내가 가려는 방향과 맞지 않아 정리할 일인가?
예를 들어 이미 맡은 고객의 업무는 약속대로 진행하되, 새로운 채널을 추가하는 계획은 미룰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확인 업무는 판단 기준을 정해 직원과 나눌 수 있습니다. 당장 적용할 곳이 없는 공부는 잠시 멈출 수도 있습니다.
이미 약속한 일의 범위를 바꿔야 한다면 상대방과 협의해야 합니다. 부담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일방적으로 넘기면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지킬 약속과 조정할 약속을 구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비워낸 시간의 용도를 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반복되는 문제를 검토할 시간인지, 앞으로의 방향을 생각할 시간인지, 일에서 떨어져 쉬는 시간인지 말입니다. 용도가 분명하지 않으면 새로 들어오는 부탁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남는 시간을 전부 더 나은 성과를 내는 데 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몸을 쉬게 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일을 생각하지 않는 시간도 자신의 삶에 필요합니다.
누구에게나 맞는 적정 부하율을 숫자로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일을 맡아도 경험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 그날의 상태에 따라 감당할 여력은 달라집니다.
대신 자신의 생활에서 단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작은 요청 하나만 추가돼도 하루 전체가 밀리는지. 중요한 검토를 몇 주째 미루고 있는지. 일정이 늦어질 때마다 수면이나 가족과의 약속부터 줄이는지. 일을 마친 뒤에도 다음 일을 걱정하느라 쉬지 못하는지.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현재 떠안고 있는 부담을 조정할 때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잠깐 집중해서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시기도 있습니다. 다만 그 상태가 언제 끝나는지, 이후에 어떻게 여력을 되찾을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이번만 넘기자”는 말이 매달 반복되고 있다면, 그 생활이 이미 평소의 기준이 된 것은 아닌지도 돌아봐야 합니다.
계속 성장하고 싶다면, 무엇을 더 할지와 함께 무엇을 줄일지도 결정해야 합니다.
여력이 있어야 새로운 기회가 왔을 때 감당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 내 방향과 맞는지 돌아볼 수도 있고, 중요하다고 정한 일에 충분한 시간을 쓸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할 일 목록을 하나 더 늘리기 전에, 그 목록에서 이번 주에 줄이거나 조정할 수 있는 일 하나를 골라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비워냈을 때 올라오는 마음도 살펴보세요. 홀가분한지, 불안한지, 누군가에게 미안한지.
부담을 줄이는 과정에서 내가 왜 이렇게까지 많은 일을 붙잡고 있었는지도 조금씩 보일 수 있습니다.
내 하루에 남겨둔 여유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비즈리핏 | 몽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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